스페인 정부가 카탈루냐 자치정부의 독립국가 선포에 맞서 자치정부 해산 조치를 취하면서 카탈루냐 분리·독립을 둘러싼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미국과 독일 등 국제사회가 스페인 정부를 지지하고 나섰지만 스페인 내 유혈 충돌 등 긴장이 장기화될 전망이어서 혼란이 예상된다.
CNN, BBC 등 외신에 따르면 카탈루냐 자치의회는 27일(이하 현지시간) 표결을 통해 독립공화국 선포안을 가결하기로 결정했다. 스페인 중앙정부의 자치권 회수 등 거듭된 투항 위협에 초강수를 둔 것이다.
헌법 제155조는 자치정부가 헌법 규정 의무를 불이행하거나 국가 전체의 이익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행위를 했을 경우 중앙정부가 모든 조치를 동원, 의무 이행을 강제할 수 있는 조항이다. 지난 1978년 제정된 이후 지금까지 적용된 적은 한 번도 없다.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는 상원의 승인 이후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반과 부수반, 자치내각 각료들을 전원 해임하고 자치정부·의회의 해산 명령을 내렸다. 사실상 카탈루냐의 자치권을 일시 중단하는 대신 중앙정부가 직접 통치하겠다는 뜻이다. 카탈루냐 지방의회를 구성하기 위한 조기 선거는 12월 21일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수년 동안 분리·독립 여부를 두고 갈등을 빚어온 카탈루냐 자치정부와 스페인 중앙정부가 한치 양보 없이 극한 상황까지 이끌어가자 그동안 관망해오던 국제사회도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 등 외신들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나라를 통합된 상태로 유지하려는 스페인 정부의 노력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독일 정부와 영국 정부도 "이런 방식의 독립 선언을 인정하지 않는다"며 사실상 스페인 정부를 두둔하고 나섰다.
이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확정 이후 유럽연합(EU) 내에서 분열 조짐이 일고 있는 가운데 추가 영향 가능성을 경계하기 위한 뜻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스코틀랜드 자치정부는 브렉시트를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영국에서의 분리·독립에 대한 찬반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를 다시 한 번 추진하겠다고 언급한 상태다.
카탈루냐의 독립 선포에 대해 스페인 정부가 자치권 회수라는 초유의 강경 조치를 내놓으면서 스페인 내 갈등도 격화될 전망이다. 자치권 몰수로 카탈루냐의 행정권이 스페인 정부에 귀속됐지만 카탈루냐 지도부와 시민들이 불복종 운동을 벌이고 있어 양측 간의 유혈 충돌 우려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또 스페인 검찰이 독립 선언을 주도한 주요 지도부들을 상대로 최대 징역 30년형까지 선고할 수 있는 '반역죄'를 적용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어 반발 가능성이 높다. 카탈루냐 자치의회의 독립국가 선포 과정에 대한 위헌 가능성도 확인한다는 방침이어서 당분간 긴장감이 고조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