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24시] 英 인권운동가 홍콩 입국 거부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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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입국 막자 민주파 의원들 반발

中·英 정부 외교 마찰로 비화 조짐

[박세준 홍콩통신원]

한 영국 인권운동가의 홍콩 입국 거부 문제가 중국과 영국 사이의 외교 마찰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사건은 영국의 인권운동가이자 보수당 인권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베네딕트 로저스(Benedict Rogers)가 최근 홍콩 정부로부터 입국 거부 통지를 받으며 시작됐다.

현지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로저스는 개인 자격으로 입국해 홍콩의 민주주의 활동가들을 만나 홍콩의 현재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자 했으나 입국 거부 사유조차 듣지 못한 채 1시간가량 공항에 체류하다가 방콕으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고 전해졌다.

로저스는 1997년부터 2002년까지 홍콩에 거주한 경험이 있으며, 최근 민주파와 독립파에 대한 홍콩 정부와 중국 중앙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이를 비판하는 글을 언론에 여러 차례 기재해 왔다.

일각에서는 로저스의 이러한 ‘반중(反中)’ 이력이 로저스를 중국 정부의 ‘블랙리스트’에 올려놓았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로저스는 이미 입국 전인 지난 2일 런던에서 민주파 후이치펑(許智峯) 입법회 의원을 만나 “제3자를 통해 ‘영국 주재 중국 대사관이 나의 홍콩 방문을 극도로 우려하고 있다’는 경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민주파 의원들은 “홍콩 정부가 출입국과 관련된 권리를 스스로 포기해 중국 중앙 정부에 넘겨준 꼴”, “일국양제를 무너뜨린 또 하나의 사례”라며 홍콩 정부에 로저스의 입국 금지 조치를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영국 정부 역시 즉각 반응에 나섰다. 영국 외무부는 영국 주재 중국 대사를 초치해 사건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했으며, 테리사 메이(Theresa May) 총리는 지난 19일 의회에서 “홍콩에서 일국양제가 보전되고 지속적으로 운영되기를 바란다”면서 “해당 사안에 대해서는 외교부가 다양한 각도에서 중국과 홍콩 정부와 교섭을 벌이고 있다”고 답했다.

반면, 중국의 입장은 단호하다.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0일 성명에서 “홍콩의 외교 사무는 중국이 관할하고, 누구를 입국시킬지 여부는 중국의 주권”이라며 “홍콩 문제는 완전한 중국의 내정 문제로, 중국은 어떠한 방식의 내정 간섭도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캐리 람(林鄭月娥) 홍콩 행정장관은 이번 사건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을 회피했으며, 홍콩 정부 대변인 ‘노코멘트’로 일관하고 있다.

‘일국양제(一國兩制)’는 1985년 홍콩 반환을 합의한 ‘중·영공동선언’에 바탕을 두고 있다. 해당 선언에서 중국은 영국으로부터 홍콩을 반환받는 대신 홍콩에 50년간 고도의 자치를 허용하고, 영국과 중국은 해당 합의를 충실히 이행하기로 서명했다.

그러나 홍콩 반환 20주년을 하루 앞둔 지난 6월 30일 중국 외교부는 “중·영공동선언은 ‘역사적인 문서’로 어떠한 현실적 의미를 가지지 않다”면서 “영국은 반환 이후 홍콩에 대한 주권, 통치권, 감독권이 전혀 없다”고 공식적으로 해당 합의를 부정했다.

영국 정부는 중국과의 외교적 마찰을 우려해 반환 이후, 홍콩 문제에 대해 비교적 침묵을 지켜 왔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결격 사유가 전혀 없는 영국 국적의 시민이 입국을 거부당한 사례이기 때문에 영국 국내에서도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이처럼 홍콩과 일국양제를 둘러싼 중국과 영국의 외교적 지형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홍콩 문제에 대한 ‘구(舊) 종주국’ 영국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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