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은 그의 딸이 아이패드를 갖고 노는 모습이었다. 아이는 조그마한 손가락으로 ‘핀치 투 줌(두 손가락으로 확대)’과 ‘스와이프(화면 하단에서 상단으로 쓸어올리는 것)’ 동작을 너무나 자연스럽고 능숙하게 해내며 원하는 장면을 보고 있었다.
이때 그는 ‘딸이 디지털 기기가 아닌 것을 다룰 때에는 어떻게 할까?’라는 생각으로 아이에게 잡지를 건넨다. 그러자 아이는 아이패드처럼 잡지에다 손가락을 대고 핀치와 스와이프 동작을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자 답답해하며 잡지를 집어던진다. 딸의 행동을 관찰한 콩스탕자는 그 동영상 마지막에 메시지를 남긴다. “한 살 된 내 딸에게 잡지는 '고장난 아이패드'이다. 딸 아이에게는 앞으로도 평생 그럴 것이다.”
기업혁신 전문가이자 디지털 분석가인 브라이언 솔리스는 그의 저서 ‘경험은 어떻게 비즈니스가 되는가(2016년)’에서 콩스탕자와 그의 딸 이야기를 소개했다. 그러면서 "지금 세대 어린아이들은 ‘디지털이 먼저(Digital First)’인 세계만을 알게 될 것"이라고 했다. "대신 ‘아날로그’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학교에서 따로 배워야만 할 처지이며, 이전 세대는 디지털 혁명이 전개되는 과정을 뒤따라가며 배워야 했고 ‘아날로그가 먼저’인 사람들로 남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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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돌연 퇴진을 선언했다. 삼성전자가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발표하던 날이었다. 이를 어떻게 봐야 할까. 재계에선 해석과 논란이 분분하다. 총수 구속에 따른 일개 기업의 엄살 또는 삼성전자 개별 회사의 문제로 치부하는 시각도 나온다.
정작 권 부회장이 남긴 사퇴의 변은 사정이 사뭇 다르다.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는 위기감이 고스란히 배어난다. "지금 회사는 엄중한 상황에 처해 있다", "(삼성은) 미래의 흐름을 읽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일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하루가 다르게 기술이 진화하고 있는 전자·IT 업계에서의 1년은 다른 업계의 수년과 맞먹는다. 세계 1위 기업이라도 혁신을 멈춘다면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경고를 담고 있다.
권 부회장은 한국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아날로그 위주의 경제·사회를 디지털·모바일로 전환하는 데 가장 크게 기여한 인물 중 한 사람이었다. 수많은 국내 기업들도 시대적 변화를 감지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왔다.
새로운 변화에 대응하고 신세대와 소통하기 위한 대응은 오롯이 기업의 몫이어야 할까. 국가도, 사회도 변화의 요구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 그럴 때 우리 기업과 경제가 온전히 되살아나고 한국호(號)가 다시 순항할 수 있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의 상당수는 여전히 ‘고장난 아이패드’에 집착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지나치게 적폐 청산에만 몰두하고 있는 모양새이다. 접해보지 못한 새로운 기회와 세상이 성큼 다가서고 있는데도 여전히 지금껏 해왔던 방식으로만 생각하고 행동한다. 권 부회장의 사퇴 메시지가 우리 사회 전체에 큰 울림을 주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