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캐네디언 퍼시픽 위민스 오픈 이후 박성현(24)은 깜짝 놀랐다. 동반 라운드를 펼친 엔젤 인(미국)의 샷을 보고 난 뒤다. 장타자로 유명한 박성현마저 놀라게 한 이유는 뭐였을까.
박성현은 13일 인천 스카이72 골프클럽 오션코스(파72)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KEB하나은행 챔피언십 2라운드에서 3타를 줄이는데 그쳐 중간합계 9언더파 135타를 적어내 선두 자리를 내주고 2위로 한 계단 내려갔다. 이날 7언더파 65타를 몰아친 엔젤 인이 중간합계 11언더파 133타로 2위 그룹과 2타 차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이날 박성현은 조금 아쉬운 경기였다. 버디 6개를 잡았지만, 보기도 3개를 적어냈다. 손쉬운 버디 기회도 놓쳤다. 특히 18번홀(파5) 짧은 버디 퍼트가 아쉬웠다. 박성현은 “12번홀까지는 위기에도 세이브를 잘하면서 분위기가 좋았는데, 13번홀에서 언플레이블 등 보기를 적어낸 뒤 조급해졌던 것 같다”며 “퍼팅 스트로크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이 굉장히 아쉽다”고 밝혔다.
박성현은 엔젤 인에 대한 소감을 묻자 기다렸다는 듯이 이야기를 꺼냈다. 박성현은 “엔젤 인과 같이 1, 2라운드 같이 한 경험이 있는데 깜짝 놀랐던 선수다. 스윙이 굉장히 좋고 거리가 나보다 20m 정도 더 나가더라”며 혀를 내두른 뒤 “나는 이제 장타자의 ‘장’자도 꺼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과거 사연을 털어놨다.
실제로 이날 엔젤 인은 5번홀(파5)에서 장타를 앞세워 이글을 잡아내는 괴력을 과시했다. 이어 박성현은 “올해 루키인데도 시원시원한 경기력이 루키답지 않다고 본다. 나도 그 선수에게 배우는 것이 많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엔젤 인도 자신의 장점을 자신 있게 소개했다. 엔젤 인은 “LPGA 소개에도 나와 있지만, 난 장타자다. 공을 멀리 보낼 수 있다는 것이 나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박성현과의 경쟁도 기분 좋게 받아들였다. 엔젤 인은 “박성현 선수와 신인상 경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기분 좋다”며 “박성현 선수가 잘하고 있기 때문에 나에게도 더 자극이 된다”고 웃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