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15년 합의한 이란 핵협상에 대해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공식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핵협상 파기를 주장해온 만큼 파기 수순을 밟을지 주목되는 가운데 파기 대신 기존의 틀 자체를 유지하는 방식으로 재협상할 수 있다는 전망도 일부 나오고 있다.
CNN, BBC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5일(이하 현지시간) 이란 핵협정을 주제로 백악관에서 열린 회의에서 "이란이 핵 합의 정신에 부응하지 않았던 만큼 핵무기를 갖도록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이란의 핵 합의 준수 인증' 여부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북한과 이란 문제를 오래전에 해결했어야 했다"며 "곧 이란에 대해 듣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이란의 핵협정 준수 여부에 대해 '불인증' 선언할 것이라는 언론 보도 내용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12일께 이란 핵협상 관련 이란 정책에 관한 연설을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AFP 통신 등 다수 언론들은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핵협정 준수를 인증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핵협상을 파기하는 수순에 들어갈지 주목된다. 이란 핵협상은 지난 2015년 7월 미국과 영국, 프랑스·독일·중국·러시아 등 주요 6개국과 이란이 각각 이란 제재 해제, 핵 개발 중단을 약속한 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이다.
미국 정부는 이란이 핵 합의를 준수하고 있는지 여부를 90일마다 판단하고 의회에 보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4월부터 핵 합의에 대한 검증 작업을 진행해왔다. 행정부 내 안보팀은 트럼프 대통령에 "이란은 합의 내용을 준수하지 않고 있다"고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회는 이를 근거로 대(對)이란 제재 면제 연장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올해 4월, 7월은 일단 준수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다음 기한은 10월 15일이다. 다만 핵협상에 따른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 해제 내용을 재개해야 한다는 주장은 자제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주장해온 '핵협상 파기' 대신 '핵협상 유지'로 방향을 바꿀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이란은 지난 2002년에도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으로 국제적인 고립 위기를 맞았다. 이후 2015년 버락 오바마 전임 행정부 당시 극적으로 핵합의를 체결하면서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나왔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 노선으로 인해 양국 관계가 다시 교착 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