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의 작별 인사는 뜨거웠다. 3일 대구 라이온즈 파크에서 열린 KBO리그 넥센 히어로즈와 최종전. 추석 연휴에도 야구장을 가득 메운 팬들은 “이승엽”을 연호했다. 이날은 1995년 프로 데뷔 이후 수없이 많은 환희와 감동을 선사했던 이승엽이 아닌, 팬들이 이승엽을 위해 존재했다.
이승엽은 23년간 그라운드를 누비며 불멸의 기록들을 남겼다. KBO리그 통산 1906경기에서 타율 0.302(7132타수 2156안타), 467홈런, 1498타점, 1355득점을 기록했다. 2루타는 464개를 때렸고, 4077개의 루타도 생산했다. 홈런, 타점, 득점, 2루타, 루타 부문 모두 1위다. 일본에서 뛴 8시즌 159홈런까지 포함하면 한·일 통산 626홈런의 위대한 기록을 세웠다. 2003년 당시 아시아 신기록이었던 한 시즌 56호 홈런의 기억은 야구를 모르던 사람들의 기억에도 강렬히 남아 있다.
이승엽은 그가 남긴 기록으로 정의할 수 없는 선수다. 눈부신 실력만큼 야구장 안팎에서 보여준 모범적인 행실과 최선을 다하는 태도는 선수들에게 귀감이 됐다. 언제나 최고의 자리에 있으면서도 겸손했고, 자신을 채찍질하며 괴롭혔던 이 시대가 낳은 진정한 ‘슈퍼스타’였다.
경기를 마친 뒤 이승엽이 다시 무대에 섰을 때 그의 눈은 이미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이승엽은 “어릴 때 삼성 선수가 되는 꿈을 꿨다. 다행히 삼성에 입단했고, 우승도 했다. 이렇게 은퇴식까지 치르니 난 정말 행복한 선수다. 평생 이 순간을 잊지 않겠다”고 참았던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 “국민타자로 지내는 게 정말 힘들었지만, 지나고 나니 행복한 날이 더 많았다”고 회상했다. 이승엽을 상징하는 등번호 ‘36’이 영구결번으로 남은 마지막 작별 인사였다. 22번(이만수), 10번(양준혁)에 이은 삼성의 세 번째 영구결번이다.
우리는 그를 ‘홈런왕’으로 불렀고, 때론 ‘라이온 킹’ 때론 ‘국민타자’로도 불렀다. 이젠 수식어가 필요 없는 이름, ‘이승엽’으로 가슴 깊이 새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