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7일 "국민에게 약속한 협치를 위해 여·야·정 국정 상설협의체를 조속히 구성하고, 그 틀에서 여야와 정부가 안보 문제를 상시로 협의하는 모습이 갖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여야 4당 대표와의 만찬회동 모두 발언에서 "안보 상황이 엄중하고, 국회도 내년도 예산안을 심사하고 많은 법안을 논의해야 하는 시기로, 지난 대선 때 상설협의체를 제안했고 지난번 여야 지도부 초청 회동 때에도 그에 공감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이 여야 지도부를 청와대로 초청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로, 회동에는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 겸 대표권한 대행, 정의당 이정미 대표가 참석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불참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가 주도할 수 없는 여건 속에서 주변 상황 때문에 평화를 위협받고 국민 안전이 위협받지 않을까 걱정이 많다"며 "우리 경제가 살아나고 있는데 안보 상황 때문에 경제가 다시 발목을 잡히지 않을까 걱정도 많이 되며, 각 당 대표님들도 같은 걱정을 많이 하시리라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런 때야말로 초당적 대처가 필요한 때가 아닌가 생각하며, 안보가 엄중한 상황에서 안보 문제만큼은 여야와 정부가 함께 힘을 모으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국민께 희망이 되고 경제에도 큰 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오늘 그 문제에 대해 대표들께서 지혜 많이 모아주길 바라고 폭넓게 논의되길 희망한다"며 "오늘도 제가 많이 말하기보다 각 당 대표님들의 말씀을 많이 듣는 기회로 삼겠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지난 3월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 합동 토론회에서 "대통령이 되면 여야간 협력정치로 건강한 민주주의를 만들겠다"며 "여야정 국정협의체를 상설화하겠다"고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또 당선 직후인 5월 19일 여야 5당 원내대표를 청와대로 초청한 자리에서 실제로 여야정 국정 상설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이에 청와대는 정무라인을 통해 국정 상설협의체의 구체적인 구상을 각 당에 전달했다.
청와대가 제안한 상설협의체 구상에는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가 참석하는 국정협의체를 매월 한 차례 정례적으로 개최하고, 여기서 논의할 의제를 준비하기 위한 실무협의기구를 구성하자는 내용이 담겼다.
또 사안에 따라 국무총리나 관련 부처 장관을 참석하게 하자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보수야당 측은 정의당을 배제한 교섭단체 정당들이 주도하는 국정협의체를 구성하고 대통령이 아닌 국무총리가 참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을 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상황이 엄중함을 강조하면서 안보를 고리로 여야정 상설협의체 구상을 재추진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며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한편, 이날 만찬회동은 시작 2시간 15분 만인 오후 9시 10분께 종료됐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협치 시스템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한미동맹을 강조하면서 북핵 위기 속에 정부 외교안보팀의 혼선으로 국민이 불안해하고 있다고 지적했고, 바른정당 주호영 대표는 북한 핵 공격에 대비하기 위한 다층 방어망 확보 필요성을 언급했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대북 특사 파견과 외교·안보 라인 쇄신을 주장했다.
만찬이 끝난 뒤 문 대통령과 여야 4당 대표는 청와대 내 '지하벙커'로 불리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위기관리센터로 이동했다. 대통령이 야당 대표들을 청와대 벙커로 안내한 것은 전례가 알려지지 않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문 대통령은 공동 합의문이 준비되는 시간 동안 대표들에게 청와대 위기관리센터 벙커를 방문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대통령의 안내로 여야 4당 대표들은 약 20분간 국가위기관리센터 상황실을 방문하고 권영호 위기관리센터장으로부터 현 상황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
한반도 안보를 총괄하는 청와대 '지하 벙커'에서 안보 현황을 직접 브리핑함으로써 상황의 엄중함을 전하는 동시에 안보문제에 초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