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7일 서울 중구 메가박스 동대문점에서는 영화 ‘대장 김창수’(감독 이원태·제작 ㈜비에이엔터테인먼트 ㈜무비스퀘어 ㈜원탁·배급 씨네그루㈜키다리이엔티)의 언론시사회가 진행됐다.
이날 첫 공개된 ‘대장 김창수’는 1896년 명성황후 시해범을 죽이고 사형선고를 받은 청년 김창수(조진웅 분)가 인천 감옥소 조선인들 사이에서 대장으로 거듭나기까지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특히 백범 김구 선생의 청년 시절을 담아낸 작품으로 영화 팬들의 큰 관심을 모은 바 있다.
이원태 감독은 영화 ‘대장 김창수’가 어떤 깨달음에서부터 비롯되었다고 밝혔다. 몇 년 전 아이와 함께 상해 임시 정부를 방문했고 그곳에서 수많은 감정을 느끼게 되었다고.
그렇다면 왜 김창수일까? 이 감독은 모두가 알고 있는 백범 김구가 아닌 청년 김창수를 앞세워 평범한 인물이 위인으로 거듭나기까지 거친 과정을 보여주고자 했다.
이 감독은 “백범 김구라고 하면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주석이지 않나. 독립 투쟁 등 보편적인 이미지들이 먼저 떠오르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분이 역사 속에서 빛나는 순간이 있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는 잘 모른다. 당연한 사실을 모르는 분이 너무 많더라. 제 생각에 95%는 청년 김창수가 백범이라는 사실을 모를 거다. 20살 남짓한 청년이 엄청난 일을 하고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남아 민족의 지도자가 되기까지. 그 앞 이야기를 현재의 관객에게 전달하는 것도 큰 의미가 있을 거로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야말로 위인. 가장 낮은 곳에서 함께 변화하며 민중을 이끌었던 대장 김창수를 연기한 조진웅은 ‘백범 김구’라는 이름 앞에 숱한 좌절감을 맛보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처음에 ‘대장 김창수’를 소개받을 때, 백범 김구 역할이라고 하더라. 단박에 거절했다. 누가 하겠는가. 어려움에 거절했는데 나중에 시나리오를 봤더니 평범한 청년이 구국의 초석이 되어가는 모습이 잘 담겼더라. ‘누구에게나 소통할 수 있는 이야기구나’ 싶어 시작하게 되었다. 하지만 김구가 되어가는 과정, 그와 동일시되기까지는 정말 힘든 시간을 보냈다. 어떻게 제가 감히 그분을 따라갈 수 있겠나.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고 그냥 현장에서 부딪치고 젖어갔던 것 같다”며, 심적 고충을 알렸다.
특히 조진웅은 연기하면서 스스로 창피함을 느끼기도 했다고. 그는 “감당이 안 되더라. 극 중 김창수는 20대고 저는 40대인데도 그가 당하는 상황들과 심적 고통이 담당이 안 됐다. 창피한 마음이 들더라. 이 분은 어떻게 이 상황을 견뎠을까? 감정 이입이 되면서 더 두렵고 겁이 났다”며, 위인을 연기하기까지 얼마나 큰 어려움과 고민이 있었는지 말했다.
캐릭터에 대해 어려움을 느낀 건 송승헌 역시 마찬가지였다. 감옥을 지옥을 지옥으로 만든 소장 강형식을 연기한 그는 “선택까지는 어려움이 없었지만, 평면적인 악역으로 표현하고 싶지는 않았다. 같은 시대 조선인을 괴롭히는 조선인이 실제로 존재했다면 어땠을까? 처음부터 끝까지 악랄해야 할지 짧게나마 인간적 갈등을 그려야 할지 고민이 컸다”고 토로했다.
고민과 갈등보다 송승헌의 출연 분량은 많지 않은 편. 짧은 분량 안에 강렬하고 악랄한 이미지를 심어주기까지가 수월하지는 않았을 터였다.
그는 “‘쉰들러 리스트’의 독일 장교, ‘레옹’의 게리 올드만 같이 짧지만 강한 임팩트를 주려고 했다. 제가 김창수를 억압하고 괴롭힐수록 그의 빛나는 순간이 더 잘 살 것 같아서 더 냉정하고 혹독하게 하려고 노력했다”고 조진웅과의 연기 호흡에 대한 계산까지 덧붙였다.
이원태 감독은 그 누구보다 두 사람의 고민과 열연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이 감독은 “조진웅은 슬픈 장면을 찍는 날이면 일부러 더 우스갯소리를 한다. 감정을 조절하기 위해서다. 일부러 그런다는 걸 나는 잘 알고 있다”며, 조진웅이 어떤 마음 가짐과 태도로 작품에 임했는지 엿볼 수 있게 했다.
또 송승헌에 대해서는 “창수를 지하 벌방에 가두는 신이 있었다. 평소 승헌 씨가 술을 안 마시는데 그 장면을 찍을 때 구석에서 맥주를 먹고 있더라. 강형식이라는 인물의 내면을 잘 표현하기 위함인 듯했다. 무너져가는 지식인의 아픔을 표출해야 했는데 그걸 잘 하기 위해 술을 마시더라. 단순한 게 아니라 몰입을 위함이었다. 연기하기 쉽지 않은 역할이었는데 선택해준 것만으로도 큰 선물”이라며, 송승헌의 악역 변신에 대해 찬사를 보냈다.
이 감독의 말처럼 배우들이 작품에 임하는 마음가짐은 남달랐다. 특히 김창수를 연기하는 조진웅은 그 무게가 곱절은 더 했다.
송승헌은 “대본 리딩 후 단합대회 식으로 가볍게 식사를 했다. 그 자리에서 진웅 씨가 ‘너는 왜 이 작품을 하니?’라고 묻더라. 감독님이 신인 배우를 앉혀놓고 ‘왜 연기를 하고 싶냐’고 묻는 느낌이었다. 그 질문에 당황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진웅 씨는 몇 년 전부터 작품의 무게감을 알고 고사를 해왔던 상황이기 때문에 저의 자세에 관해 물었던 것 같다. 그의 진정성을 느낄 수 있었다”며, 두 사람의 마음가짐을 엿볼 수 있는 비하인드를 밝혔다.
뜨겁게 끓어오르는 감정과 책임감. 조진웅은 “구국에 앞장선 분들에 어떻게 비하겠나. 잘 다듬고 만들어 많은 분을 만나고 싶다는 마음”이라며, 남다른 감정으로 작품에 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영화 ‘대장 김창수’는 내달 19일 개봉될 예정이다. 러닝타임은 115분, 상영 등급은 12세 이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