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에 대한 인간의 욕망은 주체할 수 없다. 규제를 강화하면 또 차명으로 거래할 것이다. 이번 감사에 발각되지 않은 사람들도 분명 있다."
금융감독원 직원 두 명이 차명계좌로 주식 거래를 한 사실이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났다. 기업의 내밀한 정보를 수집하는 금감원의 기관 특성상, 금감원 직원은 주식 투자에 제한을 받는다. 그런데 이러한 규제를 피하고자 친인척의 계좌로 주식 거래를 한 꼼수가 드러난 것이다. 장모 명의로 계좌를 개설해 735억원에 달하는 주식 등 금융 투자 상품을 매매한 게 대표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감독 기관 직원이 주식 거래를 하는 것은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며 "시장에 영향을 주는 정보를 수집하는 금감원 직원이 차명으로 주식을 거래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비난했다.
사실 고급 정보를 접하는 기관 내 직원들의 주식 거래가 문제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금감원의 상급기관인 금융위원회도 지난해 다수 직원이 규정을 어기고 금융투자상품을 거래한 사실이 감사원 감사에서 적발됐다.
이에 금융위는 4급 이상 간부 직원의 모든 주식거래를 금지했다. 또 5급 이하 직원들을 주식거래를 제한적으로 허용하되 액수와 상관없이 거래내역을 신고하도록 규정을 손질했다.
기업 검찰로 통하는 공정거래위원회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국감에서는 공정위 직원들의 기업 주식 보유가 공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었다. 공정위 소속 공무원의 주식 거래를 전면 금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시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은 "4급 이상은 재산등록 과정에서 면밀히 검토하는 데 5급 이하 직원들도 주식보유 신고의무 등으로 규제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규정을 강화하더라도 할 사람은 차명으로 주식거래를 하기 때문에 무의미하다는 주장도 있다. 금감원 직원처럼 배우자나 장모 계좌로 얼마든지 수억원에 이르는 거래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현재 금융위나 금감원이나 내부 직원이 차명으로 주식거래하는 것을 파악하기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며 "제도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