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 쇄신 작업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감사원의 감사 결과, 방만경영에 채용비리 등 각종 비리가 드러나며 대대적인 조직 쇄신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최흥식 금감원장이 취임 즉시 ‘초심’을 거듭 강조하며 대규모 인사 물갈이를 예고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비리 수준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나 강도 높은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20일 감사원이 발표한 '금융감독원 기관운영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방만경영부터 채용비리까지 각종 비리로 얼룩진 금감원의 민낯이 드러났다.
감사원은 올해 3월부터 4월까지 금감원을 대상으로 인사·예산 등 기관운영 전반과 금융기관 검사 및 제재, 금융소비자 보호 등 주요사업을 점검했다. 그 결과, 총 52건의 위법·부당행위가 적발됐다. 또 검찰에 28명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다.
먼저 금감원의 감독분담금 재정 통제수단이 미흡하다고 지적 받았다.
금감원 수입예산은 지난해 3256억원에서 올해 3666억원으로 410억원(12.6%) 증가하는 등 매년 큰 폭으로 증가했다. 예산이 급증한 것은 상위직급 및 직위 수 과다, 국외사무소 확대, 인건비 증가 등 방만경영에 기인한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실제로 3월 말 기준 전 직원 가운데 1~3급 직원이 45.2%에 달하고 1·2급 직원 중 63명은 무보직 상태로 배치돼 있다.
감독관청인 금융위의 통제가 느슨한 점도 지적됐다. 금감원이 은행, 보험사, 증권사 등에 배분 징수하는 감독분담금은 올해 전년 대비 17.3%나 증가하는 등 최근 3년간 평균 13.6%나 급증했다. 이는 금융위가 재정당국의 통제를 차단한 채 금감원의 방만한 조직과 인력 운영을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채용비리도 있었다. A국장은 지인으로부터 합격 문의를 받은 경제학 분야 지원자가 필기전형 합격대상이 아니라는 보고를 받은 후 채용 예정인원을 늘리도록 지시해 필기전형에 추가합격할 수 있도록 도와 최종합격시켰다. 또 서울 소재 대학을 졸업했는데도 지방인재로 지원서를 오기재한 지원자도 채용했다.
이 외에도 △금융 기관 제재 규정 및 운영 부적정, 과징금 및 과태료 등 금전적 제재제도 및 운영 부적정 △저축은행 대부업체의 법정금리 초과대출에 대한 지도 감독 부적정 △보험상품 불완전판매에 대한 소비자 보호방안 미흡 등을 지적했다.
앞서 변호사 채용 비리가 드러나며 ‘금융경찰’로 통하는 금감원의 신뢰는 땅에 떨어질 대로 떨어졌다. 김수일 전 부원장(55)은 채용비리로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 받았다.
이에 더해 감사원의 감사로 드러난 위법 행위가 애초 예상했던 것보다 심각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조직 쇄신'이 최흥식 금감원 원장의 최우선 과제가 됐다. 최 원장은 취임식 당시 “우리의 권한은 국민이 위임해 주신 것”이라며 직원들에게 청렴을 당부했었다.
금감원은 비판을 의식한 듯 이날 강도 높은 내부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먼저 직원 채용과정 전반을 점검해 중앙정부 수준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채용 전 과정을 개편한다. 전면 블라인드 방식을 도입하고 서류전형을 폐지한다. 또 외부 면접위원의 참여를 늘릴 방침이다.
주식거래 금지 대상 직원을 대폭 확대하고 신고의무 위반자는 엄정하게 조치한다. 또 금융시장 변화에 맞게 조직·인력·예산 재정비에 나선다. 기능이 축소된 부서의 인력을 감축하는 대신, 가상화폐·P2P·회계감리 등으로 인력을 재배치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다 구체적인 개선방안은 민간전문가로 구성된 ‘금감원 인사·조직문화 혁신 T/F' 논의를 거쳐 오는 10월 말까지 마련해 올해 말까지 후속 조치를 완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