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仁차이나 프리즘] 중국의 주변국 길들이기

2017-09-21 13:29
  • 글자크기 설정

[이주영 국립인천대 중국학술원 연구교수(경제학 박사)]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제창한 ‘실크로드경제벨트’와 ‘21세기 해상실크로드’ 그리고 이를 통합한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 이니셔티브는 2015년 3월 ‘일대일로 액션플랜’이 발표되면서 중국은 변하기 시작했다.

세계 경제체제의 융합과 외부와의 상호협력 강화를 강조하며 관련 국가들에 일대일로 이니셔티브에 협력할 것을 호소해왔다.
일대일로 제창 이후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이 설립됐고, 올해 5월 ‘일대일로 국제협력정상포럼’ 개최에 이어 지난 9월 17차 상하이협력기구(SCO)에서 인도와 파키스탄까지 정식회원으로 승격시키는 등 일대일로 이니셔티브의 협력체계를 공고히 하려는 다각도의 성과가 드러나기도 했다.

‘운명공동체론’을 역설하면서 관련국들의 참여를 독려하는 이유는 일대일로 이니셔티브의 성공 여부가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국가들을 비롯해 주변국들과의 협력 없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일대일로 이니셔티브를 제창한 이후 3~4년 동안 중국이 그렇게 주장해 온 주변국과의 운명공동체는 잘 진행되고 있는가? 최근 중국을 둘러싼 분쟁은 이러한 질문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중국과의 분쟁 사례는 다양하다. 중국은 14개국과 접경하고 있어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국가와의 분쟁이 끊이지 않았다.

베트남과 그랬고, 현재 중국이 인도와 국경분쟁으로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현재진행형으로 보인다.

중국이 국경지역에 도로를 확장하면서 자국 안보에 위협을 느낀 인도는 접경지역에 군대를 파견했고, 이에 중국도 군대로 맞서면서 분쟁은 시작됐다.

현재 군대 철수에 합의한 상태이기는 하지만 분쟁의 긴장감은 여전하다. 중국과 인도 간 국경 분쟁이 완전히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중국 푸싱(復星)그룹은 인도의 제약업체인 그랜드파마를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언뜻 보기에는 분쟁과 경제협력을 분리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속 내용은 그렇지 않다. 앞서 인도 정부가 중국 푸싱그룹의 인수를 불허한 상태였지만, 지분율을 낮게 조정해 인도 제약회사를 인수한 것이다. 최근 중국과 인도 국경분쟁 사례는 중국의 군사력과 자본력의 압승처럼 비춰지기까지 한다.

중국과의 분쟁은 비단 접경국과의 국경 분쟁에 그치지 않는다. 국가 이익을 우선한다는 명목 하에 에너지, 안보 등 분쟁이 발생할 소지는 다양하다.

2010년 센카쿠 열도를 침범해 조업을 하던 중국 어선을 일본 해상자위대가 나포한 사건은 분쟁의 대표적인 사례다.

이 사건 이후 중국은 희토류 수출제한 조치를 내렸다. 공식적인 이유는 아니지만 중국 어선 포획 사건을 계기로 중국이 일본에 희토류 수출을 금지시킨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스마트폰, 컴퓨터, 자동차 배터리, 디스플레이 등 첨단산업에 핵심원료인 희토류 공급이 불안정해지자 일본은 중국 어선과 선원을 바로 석방시켰고 사건은 일단락됐다.

그러나 이후 중국이 일본으로 수출하는 희토류는 일시적으로 증가하긴 했지만, 감소 추세로 돌아섰다.

이러한 결과에 대해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하나는 중국이 경제적 보복으로 대(對)일본 수출 제한을 지속했을 가능성, 다른 하나는 일본이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새로운 공급처를 발굴했을 가능성이다.

원인이야 어찌됐든 결과적으로 중국이 보유 자원을 이용해 일본을 길들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2012년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으로 발생한 중국과 필리핀의 분쟁에서도 유사한 면을 볼 수 있다.

스카보로섬에서 중국 어선을 단속하던 필리핀 전함과 중국 초계함이 대치하는 사건이 발생한 이후 중국은 필리핀산 바나나에서 해충이 발견됐다는 이유로 수입을 금지시킨 바 있다.

당시 국제중재재판소에서 필리핀의 승소를 선고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입금지 조치는 2016년 필리핀에서 정권 교체가 되고나서야 해제됐다.

롯데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한·중 관계가 점점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의 비관세 장벽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과 매출 감소 압력을 견디지 못해 결국 중국에서 철수를 결정했다.

최근 사드 배치로 인한 중국의 경제보복은 과거 다른 국가들과의 분쟁 사례와 크게 다르지 않다.

올해 한·중 수교 25년 기념행사는 역대 행사 중 가장 초라했다. 5년 전 20주년 기념행사에 시진핑 주석(당시 부주석) 등 주요 인사들이 참석했던 것과는 너무나 대조적이었다. 과거 중국의 분쟁사례에서 유추해 보면 당장 사드 문제로 인한 한·중 간의 갈등이 해소된다 하더라도 경제적 압박은 지속될 수도 있다.

중국의 분쟁 해결 방식은 형태는 달라도 유사한 패턴을 나타내고 있다. 또한 중국의 방식은 향후에도 크게 변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중국이 운명공동체, 인류공동체 건설을 위해 행해지는 주변국과의 갈등 해결 방법을 분석하고 대응하는 지혜가 필요한 때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