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순칼럼]수교 25년, 중국외교에 ‘중국통’이 없는 한중관계

2017-09-18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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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8차 당대회 개막식.[사진=신화통신]



최근 현직 재외 공관장이 외교부 인사 관행을 비판하는 글을 내부 전산망에 올린 것이 화제가 되고 있다. 이와 관련된 기사가 여러 언론에서 다루어지고 있다. 내용을 그대로 인용하자면, 동남아지역 국가의 A대사가 최근 ‘외교부 혁신 TF’ 내부망과 일부 직원들의 이메일로 외교부 인사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는 내용의 글을 보냈다고 한다. A대사는 이 글에서 “한중수교 25년 간 동북아국장 자리는 중국 전문가 2명이 보임했을 뿐”이라며 “한일간 민감한 현안들을 감안하더라도, 한중 관계의 비중을 고려했을 때 그 누구도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회자되는 내용을 읽다 보면 몇 가지 의문점이 생긴다. 한국 외교에 중국통 활용 전략은 있을까? 한중관계는 중요한 만큼이나 중요시 되고 있을까? 한국에는 한중관계를 담당할 중국통이 정말 없다는 것인가?

◆상당한 내공을 갖춘 ‘중국통’, 자원은 풍부

한국과 중국은 이웃으로 오랜 역사를 함께 했다. 굳이 역사 인물을 거론하지 않아도, 한국의 ‘중국통’과 중국의 ‘한국통’ 역사는 동아시아 역사만큼이나 유구하고 넘친다. 범위를 좁혀, 현존하는 한국의 중국통은 크게 두 그룹으로 구분할 수 있다. 우선, 현존하는 1세대 중국통은 ‘대만 유학파’이다. 1948년 8월 13일 한국과 대만이 공식 수교를 맺고 상호간 공관을 설치한 이래 1세대 한국의 중국통은 대만 유학파로 구성되었다. 한중수교로 인해 한국이 단교를 선언한 1992년 8월 23일 이후에도 대만에 유학하고 있던 유학생들로 인해 한동안 상당한 수의 ‘대만 유학파’가 배출되었다. 대략 40여년 동안 많은 한국인들이 대만에서 유학했다.

현존하는 2세대 중국통은 ‘대륙 유학파’이다. 한국이 대만과 단교를 선언한 다음날 중국과 수교한 한중관계는 올해로 25주년이 지났다. 수교 25년으로 우리는 중국어를 기본으로 중국연구의 기본 소양을 갖춘 상당한 중국 대륙 유학파들을 배출했다. 이는 초기 1세대 대만 유학파에 이어 2세대 대륙 유학파들도 중국 연구에 상당한 내공을 갖추었음을 의미한다.

현존하는 한국의 ‘중국통’ 역사는 두 세대에 걸쳐 70여 년에 이른다. ‘대만파’와’대륙파’로 구분되는 두 세대의 중국통은 상호 단절된 것이 아니라, 사제지간이나 선후배 혹은 동료로서 발전해 왔다. 중국을 읽을 수 있는 중국통 자원은 풍부하다.

◆가짜 중국통이 넘쳐나는 한중관계의 길목, 진짜가 없는 현실

한국은 여러 분야에서 자칭 중국통이 넘쳐(?)난다. 몇 번 중국을 다녀오거나, 중국의 고위층이나 사회 지도층 인사들과 명함을 나눈 것이 거의 전부인 분들도 중국통을 자처한다.

이들의 공통점은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스스로 중국통을 자처하지만, 중국어를 모른다. 긴밀한 대화는 고사하고, 통역 없이는 간단한 대화조차 할 수 없다. 둘째, 한중관계가 좋을 때, 이들의 홍보 활동은 두드러진다. 명함이나 사진을 보여주며 자신이 상당한 네트워크를 가진 중국통임을 반복해서 강조한다. 셋째, 지금처럼 한중관계에 정말로 중요한 소통이 필요할 때, 넘치던 자칭 중국통들은 보이지 않는다. 필요한 시점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 그들이 말하지 않으니 알 수가 없다.

그나마 중국어를 조금 배웠다는 이들은 한중간의 회의나 포럼에서 전문통역을 쉬게(?)하고, 중국어 흉내내기에 도전한다. 중국인들은 물론 배석했던 한국인들 조차도 그가 도대체 무슨 말을 했는지 전혀 알 길이 없다. 중국어 흉내내기를 끝낸 발언자 혼자만 이해하는 이런 소통 장면은 한중관계에 회자되는 에피소드다.

중국어를 모르는 이들이 소통의 네트워크를 가동하긴 쉽지 않다. 긴밀한 얘기를 나누어야 하는 자리에 통역을 대동하고 나서는 자칭 중국통들을 중국인들이 기피하는 것은 당연하다. 통역은 통역일 뿐이다. 마음의 교감을 나누지 못하는 대화는 긴밀해지지도 않고, 마음이 전달되었는지를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중국통은 ‘직접 소통 능력’과 ‘전천후 네트워크 가동 능력’이 있어야

중요하다 인식되는 한중관계에 소통할 수 있는 진정한 중국통이 관례적으로 배제되어 있다는 사실에 더 이상 할 말을 잊게 한다. 보도에 따르면, 대외관계 컨트롤타워인 청와대 국가안보실 지휘부에 중국통이 전무하고, 외교부에도 2년간 주중대사관 공사였던 임성남 제1차관이 겨우 있다고 한다. "설마 이 정도까지였을 줄이야…!"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독립을 위해 중국 대륙에서 활동했던 시점이 어쩌면 역사이래 가장 많은 ‘중국통’ 한국인이 활동한 시기가 아니었을까? 그리고 그 시점이 중국인들과 긴밀한 ‘직접 소통 능력’과 ‘전천후 네트워크’를 제대로 갖춘 진짜 ‘중국통’의 시대가 아니었을까? 외교부는 지난 6월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대 중국 외교강화를 위해 ‘동북아국’의 중국국(局)·일본국(局) 분리를 보고했지만, 정부 조직과 인력 문제로 실현하지 못하고, 동북아국장에 일본통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는 보도가 있다. 한중수교를 시작으로 중국통을 길러야 한다고 한 지가 벌써 25년이 흘렀지만, 이것이 대 중국 외교의 현실이다. 한중관계, 지금 무슨 말을 더 하랴!!

필자 : 김상순 동아시아평화연구원 원장, 중국차하얼학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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