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대한 미국의 입장이 ‘예방전쟁(preventive war)’의 개념까지 언급되고 있다. 미국의 중국에 대한 압박이 강도를 더하더니, 예방전쟁 개념이 수면위로 올랐다.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야 할까?
◆한반도에 드리운 2차 전운(戰雲)
예방전쟁이란 한마디로 향후의 전면전을 막기 위해 먼저 북한을 공격하겠다는 개념이다. 이는 최근 몇 년간 줄곧 미국이 제시했던 ‘참수작전(decapitation strike)’이나 ‘외과수술(surgical operation)’ 혹은 이보다 더 급박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선제타격(preemptive strike)’보다도 더 앞선 개념이다. 전면전을 감수하겠다는 미국의 입장에 대한 동북아 각국의 반응이 어떻게 전개될까를 고민해야 하지만, 이에 앞서 우리의 내부적 입장도 중요한 마음의 준비를 해야만 한다.
◆북한의 ‘화성-14형’ 2차 실험의 상징적인 위력
주변국들이 인정하고 싶지는 않겠지만 북한의 ‘화성-14형’ 탄도미사일은 겨우 두 차례의 실험에도 불구하고 이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인정되고 있다. 정확도와는 상관없이 ‘화성-14형’의 위력은 미국 본토를 그 사정권으로 산정된다. 쿠바 사태 이후에, 자신들의 영토가 적국의 탄도미사일 위협 사정거리에 포함된다는 사실에 대한 미국의 반응은 과장된 것일까?
오히려 휴전선으로 대치되어 있는 우리는 북한의 ICBM이 갖는 의미에 대해 둔감(?)하고, 주변국들은 이에 대해 제각기 서로 다른 주판알을 튕기고 있다는 느낌이다. 북한의 ICBM 사정권이 저 멀리 태평양을 넘을 수 있다는 사정권 계산은 우리에게 직접적인 위협이 되지 않을까?
◆오판의 마지노선 딜레마에 빠진 동북아 정세
단 한 순간의 판단 착오가 결국은 역사상 가장 참혹한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인류가 지향하는 모든 보편적인 가치가 전쟁에서 무용지물이 된다는 것은 수없이 반복되는 역사적 사실로 증명되었다.
동북아 각국 정상 및 정책결정자들의 순간적인 판단 착오는 적게는 반 세기를 넘는 시점에서 동북아 지역의 대규모 국지전으로, 혹은 인류 역사상 제3차 대전으로 명명될 수 있는 위기의 상황으로 빠질 수 있다. 매일 변하는 많은 변수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도 힘든 현실에서 대한민국의 국내 정세는 아직도 분열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화성-14형’ 사거리가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우리는 그 위협에서도 멀어지는 것일까?
필자 : 김상순 동아시아평화연구원 원장, 중국 차하얼학회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