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본지는 주요 금융권에 걸쳐 애로사항을 익명으로 취합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세부적인 규제 완화도 중요하겠지만 전반적인 경영 자율성을 보장해주는 것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예로는 빅데이터 활용을 꼽을 수 있다. 개인정보 공유에 대한 규제가 지나치게 많아 제대로 활용할 수 없다는 의견이 많다.
보험업계에서는 금융소비자 서비스를 늘리기 위한 제도적인 뒷받침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한 대형 생보사 관계자는 "의료계 반대로 헬스케어 산업 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헬스케어까지 업무영역을 늘린다면 보험산업 패러다임도 사후 보험금 지급에서 사전 질병 억제로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보험 비과세 한도가 축소됐는데, 탈세를 막겠다는 본래 취지보다 노후자금 마련을 어렵게 하는 부작용이 더 크다"며 "보험금 지급 범위에 대한 불분명한 기준도 개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캐피털업계는 다른 금융업권에서 고유영역을 잠식하는 데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한 캐피털사 관계자는 "시중은행이나 카드사가 자동차금융으로 업무영역을 넓히면서 크게 위협을 받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금감원이 규제를 풀어준다면 캐피털업계도 새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고 전했다.
금융투자업계도 규제 완화가 절실하기는 마찬가지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사모펀드 규제를 개선해주기 바란다"며 "청약권유인 수를 기준으로 사모와 공모를 판단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맞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상장 주식과 달리 장외주식에만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것도 개선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태는 당국도 책임이 있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금감원이 감리 대상을 선정할 때 분식회계 예방에 충실해야 한다"며 "결산보고서 제출인도 감사인에서 기업으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신임 금감원장이 금감원 독립성을 되찾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외부 간섭과 통제에서 벗어나 고유역할을 확립해야만 금융권 건전성과 소비자 보호도 이룰 수 있다"며 "시장을 감독하는 것뿐 아니라 전문성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