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중국 시장 진출 15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역할론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중국시장에서 한국 자동차 브랜드의 추락은 사드 보복이라는 대외적 요소가 1순위인 만큼, 정부가 민간기업의 피해 최소화를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내 한국기업에 대한 피해가 더욱 확산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정부의 역할론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대차는 중국 시장에서 ‘판매 부진→납품 대금 지연→공장 가동 중단’이라는 악순환에 빠진 상황이다. 현대차는 올해 본격화된 사드 보복 여파로 지난 7월까지 중국 판매량이 35만1292대를 기록, 전년 대비 40.7% 감소하는 등 실적은 반토막이 났다. 올해 중국에서 ‘5년 연속 100만대 판매 돌파’ 기록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실적 부진으로 자금 사정이 나빠지면서 현대차의 중국 합자회사인 베이징현대는 유동성 위기를 맞았다. 현지 부품업체들에 평균 3개월가량 납품 대금 지급이 밀려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 관계자는 “부품 대금 관련 협상은 아직 진행 중이지만, 일단 업체가 부품을 공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에 중국 베이징 1·2·3공장과 창저우 4공장은 가동 중단 사태를 맞이하기도 했다.
문제는 사드 보복이라는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악순환은 계속 되고 있는 점이다. 현재 가용할 수 있는 재고로 버티고 있는 상황으로 부품 공급 중단으로 인한 생산 중단 가능성은 여전하다.
정부의 사드 추가 배치에 중국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한국 기업에 대한 보복 강도는 더욱 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현지에 함께 진출한 현대차 1차 협력사 관계자는 “자동차의 경우 중국기업과 합자회사를 설립해 큰 제재를 가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현재는 중국 자국 경제에 자해를 하는 것을 개의치 않을 수준으로 심각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실제 중국 정부는 ‘판매 부진→납품 대금 지연→공장 가동 중단’ 악순환에 빠진 현대차에 관영매체를 동원해 ‘퇴출 위협’ 카드로 압박하고 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영문 자매지인 글로벌 타임스는 지난 6일 “베이징자동차가 현대차와의 합작을 끝내는 것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드 보복 탓에 현대차가 중국 시장에 15년 동안 투자한 것이 무색하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현대차는 현재 중국 베이징(3개), 창저우(1개), 충칭(1개)에 승용차 5개 공장과 쓰촨성(1개)에 상용차 공장을 운영 중이며, 중국에 동반 진출한 국내 부품업체는 145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