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이하 현지시간) 멕시코 남부 태평양에서 발생한 규모 8.1의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가 90명까지 늘어났다. 부상자도 200명을 넘어섰다.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은 9일 사흘 동안 국가애도기간을 선포했다.
AFP통신과 가디언 등 외신의 보도에 따르면 현재 소방관과 군병력 등 구조대가 피해 지역에 급파되어 무너진 건물 잔해 속에서 실종자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지진 후 여진이 720 차례 이상 계속되고 있어 사망자는 더 늘어날 수 있다. 일부 여진은 규모 5.0을 넘었다.
희생자 중 다수는 건물에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아이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진 여파로 정전이 발생하면서 병원에서 산소호흡기에 의지하던 신생아가 사망했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특히 빈민들이 많이 거주하고 개발이 뒤떨어진 오악사카 주의 후치탄에서는 건물 중 1/3이 붕괴되거나 심각하게 파손됐다. 시청과 병원 등 주요 관공서 건물들도 강진 앞에서 속절없이 무너졌다. 이곳의 거리와 묘지에는 장송곡과 곡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외신들은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또한 수많은 시민들은 여진의 공포에 시달리면서 건물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 채 거리에 나와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후치탄의 한 주민은 AFP 통신에 “몸이 덜덜 떨린다”면서 “차가 지나갈 때마다 지진이 일어나는 것 같다”면서 공포를 호소했다.
후치탄에 사는 한 남성은 “어머니가 잔해에 깔려있다”고 말했다. 그는 AP통신과 인터뷰에서 “약국에서 일하고 있던 어머니를 찾으러 갔더니 잔해에 깔려 돌아가신 상태였다”면서 “이웃들과 힘을 합쳐서 어머니의 시신을 수습하려고 했지만 도저히 무거운 잔해를 들어올릴 수가 없었다. 구조대가 굴삭기를 가지고 도착할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말해 안타까움을 전했다.
글로리아 산체스 후치탄 시장은 “후치탄 상황은 심각하다. 역대 가장 끔찍한 순간들”이라고 말했다.
니에토 대통령은 8일 후치탄을 방문해 신속한 구조와 복구를 약속했다. 이어 그는 이번 강진을 “지난 100년 중 최악의 지진”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 지진은 1985년 멕시코시티에서 1만 명 이상의 사망자를 냈던 규모 8.1의 지진에 비해 더 강력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멕시코 기상당국은 이번 지진 규모를 8.2로 측정했다. 미국 지질조사국은 규모를 8.1로 최종 발표했다. 1985년 지진과 규모는 같지만 당시 지진에 비해 깊이가 70km로 낮았기 때문에 지표면 흔들림이 훨씬 컸다고 미국 지질조사국은 전했다.
이번 강진은 7일 오후 11시 50분께 치아파스 주 피히히아판에서 남서쪽으로 87㎞ 떨어진 태평양 해상에서 발생했으며 멕시코 국토의 절반 이상인 중남부 10개 주에서 감지됐다. 그 여파로 180여 만 명은 일시적으로 정전의 피해를 입었고 11개 주에서는 사고를 우려해 안전 점검을 마칠 때까지 휴교령이 내려졌다.
콜롬비아를 방문 중인 프란치스코 교황은 “목숨을 잃고 가족을 읽은 이들을 위해 기도한다”면서 지진 희생자들에게 깊은 위로를 전했다.
한편 멕시코는 강진 하루 만에 허리케인 카티아까지 상륙하면서 겹재해를 맞았다. 한때 허리케인 풍속등급 2급까지 발달했던 카티아는 8일 멕시코 동부 베라크루스 주를 강타했다. 베라크루즈 주의 할라파에서는 산사태로 인해 2명이 숨졌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또한 강풍으로 인해 7만 명이 정전 피해를 입었고 200여 채의 가옥이 침수됐다.
CBS에 따르면 카티아는 열대성 폭풍으로 위축된 뒤 9일 소멸했지만 여전히 많은 비구름이 남아있다. 앞으로 8~15cm의 비가 더 내릴 것으로 예보되어 강진으로 지반이 약해진 지역에서 산사태 등으로 인한 추가 피해가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