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재건축 아파트값이 ‘8·2 부동산대책’ 이후 5주 만에 하락세를 멈췄다. 특히 송파·서초 등 강남 재건축은 상승세로 전환됐다. 분양가를 인위적으로 낮춘 재건축 신규 분양이 이른바 로또 청약 열풍으로 이어지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연말 민간 아파트에 대한 분양가 상한제가 부활될 경우 시세 차익을 노린 묻지마 청약 열기만 더욱 고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10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9월 첫째 주 서울 재건축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보합(0.00%)을 기록했다. 8·2 대책에 따라 8월 첫째 주 이후 4주 연속 이어온 하락세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8·2 대책으로 한 달여 하락세를 이어온 서울 재건축 아파트가 반전에 성공한 것은 이른바 대책의 약발이 약해진 데다 한강변 재건축 아파트가 신규 청약시장에서 대박을 터트리면서 분위기가 반전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8일 개관한 삼성물산의 ‘래미안 강남포레스트’ 모델하우스에는 주말 3일간 1만5000여명이 몰렸다. 개관 당일만 금요일에도 불구하고 예비청약자 3500여명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당초 시장이 예상한 래미안 강남포레스트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4500만원 수준이었으나,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인하 압박에 3.3㎡당 평균 4160만원으로 낮게 책정되면서 주변 아파트와의 시세 차이가 벌어져 이른바 로또 아파트가 양산됐다.
앞서 지난 7일 1순위 청약 접수를 받은 GS건설의 ‘신반포 센트럴자이’는 98가구 모집에 1만6472명이 몰리면서 평균 168대1의 경쟁률로 올해 서울 최고 경쟁률을 갈아치웠다.
특히 전용면적 59㎡C 타입은 5가구 분양에 2550명이 청약을 신청, 510대1의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신반포 센트럴자이는 특별공급 청약에서도 평균 10.20대1의 경쟁률로 서울에서는 처음으로 전 주택형 특별공급 마감을 기록하기도 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로또 아파트라는 전망 속에 그간 숨을 죽이고 있던 투자자들이 다시 움직였다”면서 “정부의 분양가 인하 압박이 단순 계산으로는 주변 아파트보다 2억~4억원 낮은 분양가로 이어져 다시 청약시장에 불을 지핀 것”이라고 말했다.
한강변 재건축 청약 열기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정부의 분양가 상한제 도입이 내달로 예고된 가운데 굵직한 단지 분양이 줄줄이 공급되기 때문이다.
신반포 센트럴자이와 래미안 강남포레스트에 이어 오는 10월 공급 예정인 롯데건설의 ‘청담삼익’ 등 분양 대기 단지에서도 비슷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 같은 한강변 재건축 청약 열기는 한강변 주변에서 재건축을 준비 중인 단지까지 들썩이게 하고 있다.
지난 7일 서울시로부터 사실상 50층 재건축을 승인받은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는 하루 만에 호가가 5000만원 뛰었다.
박원순 서울시장 부임 후 처음으로 서울에서 50층 높이의 재건축 허용을 눈앞에 둔 데다 한강변 재건축 청약 대박 열기가 이어지면서 기대감이 커지자 상당수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인 상황이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8·2 대책에도 낮은 분양가에 한강변 재건축 청약 열기가 이어지고 있으나, 분양가 상한제 도입으로 낮은 분양가가 확대될 경우에는 시세 상승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면서 “내년 초과이익환수제 부활과 추가 규제 등이 이어진다면 상황이 순식간에 반전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