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중국의 窓] 中 다큐멘터리 ‘22’와 위안부 문제 공조

2017-09-07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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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 중국인 위안부 22명 다뤄 중국 박스오피스 1위

[양철 성균중국연구소 연구교수(외교학 박사)]

파죽지세의 흥행 신기록을 이어가던 ‘잔랑(战狼)2’를 제치고 중국 박스오피스 점유율 1위를 차지한 영화가 있다.

지난달 14일 세계 위안부의 날에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22(二十二)’다. 잔랑2가 위대하고 강력한 중국을 그린 영화인 반면, ‘22’는 침략의 수모를 당함으로써 남겨진 아픈 과거를 그린 영화다.

중국인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생애를 잔잔하고 섬세하게 표현한 한 편의 다큐멘터리는 개봉 1주일 만에 250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중국인들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22’는 중국에 생존한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숫자를 의미한다. 7·7사변을 빌미로 일본의 중국 침략이 본격화된 1937년부터 일본이 패망한 1945년까지 약 20만명의 중국 여성이 일본군의 위안부로 압송됐다.

감독이 영화를 제작하기로 마음먹은 2012년에는 32명이었다가 영화 촬영이 시작된 시기에 22명만 남게 되면서 영화 제목을 ‘22’로 정했으나, 영화가 개봉한 지금은 불과 8명만 생존해 있다고 한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 감독은 중국의 슬픈 역사를 전 세계에 알리고자 5개 성(省) 29개 지역에 생존해 있는 할머니들을 찾아다니며 그들의 삶을 영상에 고스란히 담아냈다.

사실, 위안부 문제를 잊지 않으려는 중국 정부의 노력은 지속돼 왔다. 2014년 중국은 역사를 깊이 새기고 비인도적·반인륜적 범죄의 재발을 방지한다는 명목 하에 난징대학살과 위안부 관련 사료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를 신청했다.

2015년에는 동양 최대의 위안소였던 난징 리지샹(利濟巷) 위안소의 일부를 복원해 2000점이 넘는 물품과 사진을 전시한 진열관을 개관하기도 했다.

진열관에 들어서면 눈에 들어오는 중국어, 영어, 한국어, 일본어로 쓰인 “제2차 세계대전 기간의 성노예”라는 문구를 통해 위안부에 대한 중국의 확고한 인식을 확인할 수 있다.

중국이 위안부 문제를 공론화하고 제대로 된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동안 한국은 어떠한 모습으로 대처해 왔는가.

2015년 12월 한국은 일본과의 위안부 문제 협상에서 ‘최종적’, ‘불가역적’이라는 표현이 들어간 합의를 수용하며 오래된 숙제를 풀었다고 자평했다.

이에 당시 중국 외교부는 “위안부는 일본 군국주의가 제2차 대전 기간 동안 아시아 인민들에게 행한 반인도주의적인 범죄로, 일본은 침략의 역사를 직시하고 반성해야 하며 책임감 있는 태도로 문제에 임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환구시보 역시 “한일 협의가 중국에 행사할 수 있는 카드가 늘어난 것을 의미하지 않으며 역사문제에 대한 일본정부의 태도가 변하지 않는 한 중국이라는 관문을 통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한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검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합의와 관련한 협의 경과 및 합의 내용 전반에 대한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조사과정에서 관계자들이 답변을 거부해도 강제할 방법이 없다는 한계가 지적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 정부가 진정으로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하는 해법을 찾고자 한다면 중국과의 공조를 재차 논의해 보는 것은 어떨까?

한·중 수교 25주년을 맞이해 개최된 다양한 행사에서 양국 인사들은 모두 정치적·안보적인 갈등이 있더라도 다른 분야에서의 협력과 교류는 지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안부라는 공통된 역사적 아픔을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교류의 끈을 이어가는 것도 양국의 엉킨 실타래를 푸는 방법 중 하나가 될 것이다.

한·중 양국이 서먹한 8월을 보낸 반면, 중국에서는 최근 일본 방송국에서 제작한 다큐멘터리들이 관심을 받으며 중국인들의 대일 감정에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듯하다.

지난달 13일, 일본 NHK에서는 ‘731부대의 진상’이라는 다큐멘터리가 방영됐다. 이 다큐멘터리에 대해 중국 외교부 정례 브리핑에서 화춘잉(華春瑩) 대변인은 “일본 내 의식 있는 지식인들의 용기에 찬사를 보낸다”고 밝혔다.

일본 TBS에서 제작한 ‘아야세 하루카가 들은 전쟁: 지도에서 지워진 비밀의 섬’도 최근 중국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이 다큐멘터리에서 독가스 제작에 참여한 노인은 “중국인을 죽이기 위해 독가스를 만든 것은 범죄이며 이러한 사실이 왜곡될 수는 없다”고 참회한다. 중국 온라인상에서는 일본이 비로소 역사를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우호적인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한국과 달리, 일본에서는 자신들의 과오를 담은 다큐멘터리를 통해 중국 내 반감을 조금씩 가라앉히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사드 배치와 북핵 발사로 갈등이 증폭되고 있는 동북아 정세에서 일본의 갑작스런 변화에는 어떠한 목적이 있을까?

시시각각 변하는 정세에서 한국이 고립되는 상황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중국과 함께할 수 있는 분야는 공조해야 한다. 또한 관계 개선을 위한 기반과 실질적인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외교적 융통성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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