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8·2 부동산 대책’의 후속으로 민간택지에 대한 분양가상한제를 사실상 부활시킨 것과 관련, 부동산 전문가들은 일단 최근 고분양가 논란을 빚은 강남 지역의 분양가를 낮추는 데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민간택지의 분양가를 인위적으로 낮출 경우 건설사들의 수익성이 떨어져 공급이 줄어드는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 전문위원은 “분양가상한제는 급격한 주택가격 상승을 방지한다는 측면에서 장점"이라며 "그동안 민간택지에서 특정 단지의 분양가가 오르면 주변 단지도 따라 오르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대학원 교수도 “인천이나 부평·안양까지 집중 모니터링 지역으로 추가한 것과 이미 2015년 민간택지 주택에 대해 적용하지 않기로 한 분양가상한제를 도입하는 건 자연적으로나 인위적으로 모두 주택가격을 올리는 행위를 규제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8·2 대책에 이어 이번 후속 조치에도 주택 공급 대책은 포함되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권 교수는 “이번에 나온 조치도 공급 조절 대책이 아닌 수요 억제 대책”이라며 “정권 초기에는 수요 대책을 내놓더라도 앞으로 공급 대책이 나오지 않으면 이번 정부가 끝나거나 바뀌게 될 때 주택가격이 급등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서울에서 진행되고 있는 재건축 사업에 제동이 걸리면서 주택 공급 축소로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 위원은 “재건축 단지에서는 초과이익환수제에 분양가상한제까지 겹치면서 부담이 커지다 보니 자체적으로 사업 속도를 늦춰 도심에 공급이 적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수석전문위원은 “분양가상한제가 도입될 경우 일반 분양가를 높여 조합원의 부담금을 낮추는 방식이 어려워져 개발 수익의 하락은 불가피해진다”며 “그동안 유지됐던 ‘강남 재건축=고수익’이라는 등식이 깨질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권 교수도 “재건축 사업장에 분양가 상한제가 도입되면 수익률이 저하되고, 결국 수익률 저하는 공급 부족으로 이어진다”며 “학군을 이동시키는 등 일부에 몰려 있는 주거 선호 지역을 분산시키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앞서 신혼부부에게 임대주택 4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대책을 내놨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며 “노인이 전체 인구의 14%를 차지하는 현 상황에서 노인 임대주택 등 계층별 혹은 지역별로 맞춤형 정책을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반면 최근 집값이 안정세를 보이면서 분양가 상한제 적용요건을 충족하는 단지가 쉽게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김 위원은 “이번 분양가상한제 적용요건 개선은 지역을 지정한 다음 심의를 통과해야 적용받는 것”이라며 “8월 부동산 대책 이후 강남권 집값이 안정되고 있는 상황에서 제도가 적용되는 10월에 분양하는 단지들이 ‘분양이 있었던 직전 2개월까지 청약경쟁률이 5대1을 초과하는 곳’이라는 요건을 충족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물론 국토부가 지정 요건이 안 맞더라도 시장 불안으로 연결되는 단지를 심의할 수 있다고 여지를 남겼지만 일단 집값 상승률이 안정되면 실제 지정 사례가 안 나올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전문가들은 정책의 장기적인 측면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김 위원은 “과거 분양가상한제 강화와 완화를 반복했던 과정 속에서 제도가 지속될 것이라는 소비자들의 신뢰가 약해졌다”며 “정부가 분양가상한제를 통해 서민들이 집을 살 수 있도록 믿음을 주는 것이 관건”이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