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라, 트랜스포머 등 할리우드에서 내로라하는 대작들이 올 여름에는 관객들의 외면 속에서 막을 내리면서 미국 할리우드 영화계가 여름 성수기에 10여년 만에 최악의 흥행 실적을 기록했다.
파이낸셜타임즈(FT)와 NBC뉴스 등 외신들은 리서치 회사 컴스코어의 자료를 인용하여 북미에서 연중 최대 성수기인 8월 박스오피스 실적은 6억25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35% 가까이 급감했다고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극장에서 여름 시즌으로 분류하는 5월 첫째 주말부터 9월 첫째 주말까지 흥행 실적 역시 38억 달러에 그치면서 지난해보다 16%나 줄었다. 40억 달러에 못 미친 것은 2006년 이후 11년 만에 처음이다.
컨설팅회사 코웬앤컴퍼니의 더그 크루이츠 미디어 애널리스트는 NBC에 "집에서 편안하게 50인치 HDTV로 영화뿐 아니라 영화같은 드라마와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시대가 됐다"며 “이제 아무도 영화관을 갖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관객들이 계속되는 시리즈물에 싫증을 내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박스오피스 정보회사인 엑시비터 릴레이션스의 제프 보크 선임 애널리스트는 NBC에 “할리우드가 블록버스터 시리즈물의 효과를 잘못 판단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유명한 캐릭터를 활용한 블록버스터 영화는 일정 수준의 흥행을 보장한다는 이점이 있다. 실제로 마블의 수퍼히어로 영화는 디즈니의 효자상품이다. 그러나 이제 관객들은 비슷한 캐릭터와 구성을 '우려먹는' 시리즈물을 외면하기 시작했다. 올 여름 '트렌스포머 최후의 전사', '캐리비안의 해적: 죽은 자는 말이 없다', '에이리언 커버넌트'가 모두 흥행에 참패했다는 점이 이를 시사한다.
그밖에도 올해 여름에는 사람들의 관심을 묶어둘 이벤트가 많았다. 일례로 8월 23일 발생한 허리케인 하비는 폭우를 몰고 다니면서 “천 년 만에 최악의 홍수”를 야기했다. 뉴스에서 보도되는 이재민과 시민영웅들의 사연은 영화만큼 극적이었다. 27일에는 메이웨더와 맥그리거가 링 위에서 세기의 대결을 펼쳐 사람들을 영화관 대신 TV 앞으로 집결시켰다.
컴스코어는 FT에 “올 여름은 할리우드 스튜디오에 강한 경고음을 날렸다”면서 “관객들이 영화에서 기대하는 기준이 한층 높아졌음을 신호하는 만큼 궤도 수정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