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에서] 단교(斷交) 25주년에 대한 단상(斷想)

2017-08-24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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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습적 단교에 ‘反韓 감정’ 심각

최근 젊은층은 자국 언론 조장 시각

[엄선영 대만통신원]

올해로 한국이 대만과 단교(斷交)를 한 지 25년이 됐다. 1992년 당시 나이가 10대 후반 이상이었던 사람이라면 지금 그날의 분위기를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대만인들에게 당시의 사건은 어떻게 각인돼 있을까.

예상하겠지만, 그동안 대만인들이 인식해 온 한국과의 단교 사건은 굉장히 부정적이었다.

다른 아시아 국가들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대만과 단교를 했는데, 왜 유독 한국에 대한 감정이 상대적으로 더 부정적이었을까?

1948년 처음 수교를 시작한 한국과 대만과의 관계는 각별했다. 대만 정부는 일제시대 상하이(上海)에 있던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자금을 지원했다. 한국전쟁이 일어났을 때에는 중국이 북한을 돕는 사이 심리전 요원을 파견해 한국을 지원했던 인연이 있다.

그동안 현지 정서는 단교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어느 시기에, 어떤 방식으로 단교를 했는지가 중요했다는 것이었다.

당시 상황에 대한 대만인들의 해석은 다양하다. 그중에서 가장 많이 회자된 것은 단교 당시 양측의 관계를 마무리를 짓는 한국 측의 모습이었다.

1992년 노태우 대통령과 한국 정부는 경제·무역상 최혜국 대우를 약속하면서 한·중 수교설을 공식 부인했다.

한국 측은 “결코 대만을 버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가 한·중 수교 바로 전날인 1992년 8월 23일, 막판에 기습적으로 번복하며 수교를 끊어버렸던 것이다.

한국과 중국의 기습적인 수교 발표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둘러싼 논란과 깜짝 놀랄 정도로 닮은 상황이었다.

반한(反韓) 감정이 격해진 일부 대만인들은 태극기를 불태우고 한국 상품 불매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서울-타이베이 직항 노선이 중단되고 관광객 수도 크게 줄었다.

천위화(陳玉華) 대만대학교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외국 이주민 호감도’ 1위는 일본이었다. 2위 북미국가, 3위는 유럽, 4위 중국, 5위 동남아시아 순이었고, 한국은 꼴찌였다.

이 조사에서 중요한 영향을 미친 요인은 연령과 성별이었다. 연령이 높을수록, 남성일수록 한국에 대해서 반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이 연구에서 사용된 자료가 2008년도 자료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현재 시점에서 9년의 시간 동안 많이 변했다.

오늘날 젊은 층이 가지고 있는 한국, 한국인에 대한 평가는 과거와는 조금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20~30대 젊은 층은 대만인들의 반한 감정에 대해 자국 내에서 원인을 찾기 시작한 것이다.

최근 2~3년간 시민들이 대만의 언론에 대해서 평가하고 토론하는 분위기가 더욱 자유로워지면서 이른바 ‘가짜뉴스’에 대한 비판과 경계가 더욱 늘어났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반한감정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의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다.

그동안 대만 언론 내에서 반한감정을 조장해왔고, 한국이 피해를 입었다는 시각이다.

사실 과거 선거철이나 국제적인 스포츠 경기 때마다 대만 언론에서 한국을 비교의 대상 혹은 ‘주적’으로 여기는 정서가 많았다.

단교의 치욕을 잊을 수 없다면서, 한국인들은 신의를 쉽게 저버리는 사람들이라거나 한국인들은 교활하다는 감정과 함께 말이다.

원래 대만인들의 기질 자체는 특정한 나라 사람을 미워하지 않는 특징이 있다. 최근에 만난 한 대만 현지인은 “중국 대륙인들은 대만인들을 미워하지만, 대만인들은 중국인을 그렇게 미워하지 않는다”면서 “한국도 우리와 단교했지만, 우리는 한국인들을 미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국과 대만 단교 25년. 반대로 한국인들은 단교 그 이후 25년 간 대만을 어떻게 생각해 왔는가. 어떤 것이 진심이고 누가 가짜인지는 역사의 시간이 알려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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