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 이재영에 쓴소리?·지친 여자 배구 대표팀의 긴 한숨

2017-08-07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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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회 아시아 선수권대회에 출전하는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이 7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 전 협회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협회에 큰 도움을 바라는 게 아니다. 우리도 돈을 많이 받아서 대표팀에 뛰는 것이 아니지 않느냐? 국가를 위해서 봉사한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뛰고 있는데, 엔트리와 같은 기본적인 지원조차 이뤄지지 않으면 솔직히 말해서 고생만 한다는 생각만 든다.”

7일 인천공항을 통해 제19회 아시아 여자배구 선수권대회(9~17일)가 열리는 필리핀으로 향한 김연경(상하이)은 여자 배구 대표 선수를 대표해 쓴소리를 했다. 2006년부터 국가대표 선수로 활약하면서 한국 배구의 간판 선수로 활약한 김연경의 깊은 한숨은 안타까운 대표팀의 현주소를 정확히 보여주고 있다.

배구는 코트에 6명이 서지만 6명만으로는 절대 할 수 없다. 한 대회를 치르기 위해서는 많은 선수들이 필요하다. 지난 31일 끝난 국제배구연맹(FIVB) 2017 그랑프리 세계여자배구대회 2그룹 예선 라운드에서 한국은 8승1패로 1위를 차지하며 결선 라운드에 올랐다. 준결승에서 독일에 극적인 역전승을 거둔 한국은 대회 11번째 경기였던 폴란드와의 결승전에서 패했다. 국제배구연맹 그랑프리 세계여자배구대회에서 한국은 14명이 아닌 12명으로 뛰었다. 체력은 또 하나의 적이다.

아시아 여자배구 선수권대회에서 또한 한국 대표팀은 엔트리 14명에서 1명이 적은 13명만이 출전한다. 연이은 대회를 100%의 전력으로 치르지 못하는 것이다. 주전과 비주전 선수의 경기력 차이도 문제점이다.

대표팀 선수들이 느끼는 피로감은 상상 이상이다. 김연경은 7일 “이번에도 엔트리를 못 채워서 간다는 것이 정말로 답답하다. 그랑프리와 아시아선수권까지 20경기가 넘는데, 6~7명의 메인 선수만 계속 경기를 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재영(흥국생명)이 이번 대회에 들어왔어야 했다. 팀에서 경기도 다 뛰고 훈련까지 소화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특정 선수를 언급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후 이재영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커졌다. 박미희 흥국생명 감독은 “7월 셋째 주가 휴가였는데, 휴가와 주말을 모두 반납하고 정형외과에 가서 재활 훈련을 하더라”고 전했다. 흥국생명은 오는 “이재영은 오는 9월 그랜드 챔피언스컵 대회에 합류하기로 대표팀과 합의한 상태다”고 설명했다.

김연경의 입을 통해 이재영이 논란의 중심에 섰지만, 대표팀의 근본적인 문제는 선수들에게 있지 않다.

여자 배구 국가대표팀에 대한 빈약한 지원은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여자 배구가 세계 정상급 기량을 보여주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오한남 신임 회장 체제로 출발한 대한배구협회가 귀 기울여야 할 쓴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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