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재건축 사업장의 시공권 수주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입찰조건을 변경해 수주 문턱을 높인 일부 단지를 중심으로 잇따라 유찰사태가 빚어져 눈길을 끈다.
3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27일 강남구 일원동 대우아파트 재건축조합이 개최한 세 번째 시공사 현장설명회는 참여 건설사가 부족해 자동 유찰됐다. 이 단지는 공사비 500억원에 아파트 규모는 184가구다.
조합은 당초 일반경쟁입찰 방식을 건설사 제한경쟁입찰 방식으로 변경했다. 정비사업 시공자 선정기준을 보면 일반경쟁 입찰은 건설사 2곳만 참여해도 시공사 선정작업을 진행할 수 있지만 제한경쟁 방식은 최소 5곳 이상이 참여해야 한다.
특히 조합은 지난해 시공능력평가순위 기준 7위 이내(삼성물산·현대건설· 포스코건설·대우건설·대림산업·GS건설·현대엔지니어링) 업체에만 참여자격을 부여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동일한 조건의 제한경쟁입찰이 세 차례 유찰되면서 조합이 수의계약으로 시공사를 선정할 수 있게 됐다"면서 "사업성이 아닌 수주 조건 문제로 인해 유찰된 만큼 현장설명회 참여 건설사를 중심으로 시공사를 선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서초구 방배5구역 재건축 사업 역시 최근 열린 현장설명회에 현대건설과 현대산업개발 두 곳만 참석해 유찰의 벽에 부딪혔다. 조합이 일반경쟁에서 제한경쟁으로 입찰 방식을 변경하면서 일원대우의 사례와 같이 시공사 선정을 위한 조건이 성립되지 않았다. 앞서 상반기에는 일반경쟁입찰로 시공사를 모집했지만, 현대건설이 단독 참여해 입찰이 불발된 바 있다.
방배5구역은 이번 시공사 입찰 조건으로 보증금 400억원과 계약 후 45일 이내 현금 1100억원 지불 등을 제시했다. 또한 입찰자격을 △2016년 기준 시공능력평가액 15위 이내 업체 △한국신용평가 기준 회사채 신용등급평가 A+ 이상 등으로 제한했다.
강남 재건축 추진단지의 시공권 입찰 기준이 최근 높아진 것은 미분양 리스크가 없는 강남권 재건축이라는 특수성과 함께 최상위 아파트 브랜드를 유치해야 향후 미래가치가 높아진다는 점 때문이다. 특히 강남권은 재건축 사업이 아니고선 사업물량을 확보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건설사들이 다소 무리한 조건일지라도 감수하는 경향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조합들이 공동시공을 금지하고 자금여력을 갖춘 건설사만 입찰에 참여토록 하는 등 수주문턱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며 "다만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하는 건설사가 한정돼 있다는 점에서 이같은 조건이 발목을 잡아 유찰되는 경우도 앞으로 많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