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금융업을 어떤 방향으로 변화시킬까. 한마디로 금융의 디지털화, 즉, 핀테크를 한층 가속화시킬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왜냐면 2차 인터넷시대의 도래, 즉 PC에서 모바일 기반 시대로 바뀌면서 소비자는 언제 어디서나 중간업체 없이 생산자와 바로 만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모바일플랫폼 상에 금융서비스를 공급하면 금융회사의 공간비용·인력비용을 절감하고 금융서비스 시간도 줄일 수 있는데, 굳이 금융회사의 많은 지점과 인력을 다 가져갈 필요가 없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성격 중 하나가 디지털화(digitalization)라고 보면 금융도 디지털화, 즉 핀테크가 필연적 추세인 셈이다.
이를 반영해서인지 국내외를 불문하고 최근 금융시장에서의 핀테크 바람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시작해서 영국을 거쳐 중국 등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고, 그 영역도 결제, 송금, P2P 대출 등 뱅킹뿐 아니라 자본시장의 로보어드바이저, 인슈어테크로 대변되는 보험핀테크까지 금융 전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2년여의 짧은 기간에 간편결제, 송금, 인터넷은행 등 나름대로 핀테크가 금융의 새로운 분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그러나 해외 핀테크 선진국에 비하면 여전히 뒤처져 있다는 평가다. 핀테크가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프라 역할을 잘 수행하기 위해 특히 주안점을 둬야 할 포인트를 몇 가지 살펴보자.
첫째, 뱅킹부문에서의 인터넷 전문은행의 돌풍과 열기를 여타 금융권역으로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 특히 자본시장은 순간순간 가격변동이 이뤄지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나 이용할 수 있는 손 안의 모바일금융, 핀테크와 궁합이 잘 맞는다. 우선 도입된 지 1년 반 되고 있는 크라우드펀딩은 나름 별 사고 없이 정착되고 있는 점을 고려해서 투자한도 및 발행업종 제한 등 업계에서 요청하는 규제완화를 적극 검토할만하다. 크라우드펀딩은 불특정다수의 투자자들이 십시일반으로 참여해서 투자뿐 아니라 마케팅, 홍보효과까지 겸하고 있어 중소벤처를 활성화하겠다는 새 정부의 정책수단으로 제격이기 때문이다. 또 최근 테스트를 마친 로보어드바이저도 비대면 판매 허용 등 전향적인 제도 개선이 요청된다. 은퇴자금 운용 수요와 함께 저금리 때문에 인력을 적게 써서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로보어드바이저 수요가 갈수록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로보어드바이저에서 경쟁력을 갖출 경우 큰 자본을 들이지 않고 해외진출 및 글로벌 브랜드를 얻을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셋째, 핀테크 생태계 조성 중 핵심인 투자, 즉 핀테크업체의 자금조달이 성장단계별로 원활하게 이뤄져야 한다. 현재 핀테크 스타트업들은 창업초기단계에선 엔젤투자 등 종잣돈 마련이 이뤄지는 편이지만, 그 이후는 자금조달이 이뤄지지 않아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을 헤매는 경우가 대단히 많다. 왜냐면 추가 자금조달의 전제조건인 매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은행 등 금융회사들이 출자한 펀드, 예컨대 성장사다리펀드의 적극적인 핀테크 투자를 통해 은행과 핀테크업체의 매출계약을 유도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며, 바람직한 방안 중 하나란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