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묘미 중 하나는 돈이 아닌 자신이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무엇인가를 위해 아침을 시작할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사전답사 차 찾은 캄보디아에서 만난 한 여행전문가의 얘기다. 성공적인 여행의 첫걸음은 ‘자신의 의지’를 반영하는 데서 시작된다는 뜻이 담겨 있다.
이를 대변하듯 최근 몇 년 새 여행을 테마로 한 방송 프로그램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TV 채널 몇 번만 돌리면 관련 프로그램을 찾을 수 있을 정도다. 이들은 누군가가 그리던 삶과 가고 싶었던 장소, 먹고 싶었던 음식 등을 생동감 있게 잘 표현해낸다.
실제로 이를 본 사람들의 반응은 즉각적으로 나타난다. 프로그램들이 여행지를 소개할 때마다 항공편이나 테마상품 등이 불티나게 팔려나간다. 여행가격비교사이트 스카이스캐너에 따르면 A 방송사 예능 프로그램에서 소개한 인도네시아 길리섬은 올해 4월 항공편 검색 수가 지난해 4월 대비 15배 폭증했다. 지난해 1월 같은 방송사의 또 다른 프로그램에 등장한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도 여행 수요가 7배가량 많아졌다. B 방송사의 경우에도 예능 프로그램에서 3월 싱가포르를 소개하자 4월 관련 항공편 검색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5배가 확대됐다.
이 같은 프로그램 덕분에 지난 5월 내국인 출국자는 200만3834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1% 늘어났다. 최근 3개월(2~5월) 간 내국인 출국자는 전달 대비 20%씩 많아지고 있다.
정치적인 문제 등으로 일부 국가에 대한 여행상품 판매가 크게 줄어든 여행업계에 숨통을 트여주는 소식이다. 그러나 소비자의 입장에서 여행의 만족도가 높아졌는가는 다른 문제다. 우리가 미디어를 통해 보는 대부분의 여행 관련 프로그램은 해당국가, 대형 여행사 등에서 다양한 협찬을 받아 제작된다. 사실상 광고에 가깝다는 뜻이다. 겉포장과 내용물이 딱 맞아 떨어지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홍보하지 않아도 잘 팔리는 상품은 일반적으로 굳이 돈을 들여 광고하지 않는다. 물론 신상품은 홍보해야 하지만 기존에 있던 제품이라면 광고가 새로울 뿐이지 내용물은 여전히 같다. 특히 여행상품 광고의 경우 ‘그 시대의 욕구’를 잘 파고들어, 소비자들을 매번 색다른 방식으로 유혹하지만 실제 내용은 크게 다르지 않다. 해당 지역의 문화적 특색과 자연환경 등이 하루아침에 바뀔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자면 성공적인 여행을 위해서는 누군가를 의지해서는 안 된다. 날씨 등의 기본적인 정보는 물론 다양한 루트를 통해서 습득해야 한다. 그러나 스스로 왜 여행을 떠나려고 하고, 이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누군가가 대신 하게 해서는 안 된다.
최근 한 지인과의 술자리에서 그의 대학생 딸이 일명 ‘베프’로 꼽는 친구와 유럽 배낭여행을 함께 출발했다가 혼자서 돌아왔다는 얘기를 털어놨다. 여행하는 과정에서 보고자하는 것이 달라 다툼이 났기 때문이란다. 이처럼 몇 년을 사귄 친구도 여행을 떠나면 서로의 가치에 따라 보고자하는 게 달라진다. 하물며 누군가 거창한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가야할 방향까지 제시한 여행을 자신의 의지인 듯 떠나면 그 끝에는 결국 “집이 최고야”라는 말만 필연적으로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