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마티즈 사건 휴대폰 복원,'버티면 이긴다' 상관이 보낸 마지막 문자

2017-07-18 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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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마티즈 사건이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광효 기자=지난 2015년 7월 발생한 국정원 마티즈 사건의 국가정보원 임 모 과장이 사망 직전 상관으로부터 의미심장한 문자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5년 7월 18일 경기도 용인시 인적 드문 한 야산에서 40대 남성이 자신의 차량 운전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숨진 남성은 인근에 거주하고 있던 임씨. 당시 차량문은 잠기지 않은 채로 닫혀 있었고 연기가 자욱한 차량 안에는 두 개의 번개탄, 그리고 유서 세 장이 남겨져 있었다.

숨진 채 발견된 임 과장은 국정원의 팀장급 간부로, 당시 ‘해킹팀 유출사건’의 중심에 있던 사람이었다. 이탈리아 해킹 프로그램 판매업체 ‘해킹팀(Hacking Team)’이 누군가로부터 해킹을 당해 고객 명단이 모두 노출됐는데, 그 중 한국의 ‘5163부대’가 해당 프로그램을 구입한 사실이 드러났고, 추후 이 ‘5163부대’는 국정원의 대외용 명칭이었음이 밝혀졌다.

유출된 자료가 하나, 둘 분석되면서 국정원이 해킹프로그램을 통해 민간인을 사찰하고 선거에 개입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한창 불거졌을 때 책임자였던 국정원 직원 임 모 과장이 갑작스럽게 사망한 것이다. 이 국정원 마티즈 사건의 진실은 아직도 밝혀지지 않고 있다.

그런데 17일 JTBC 취재진이 임 과장이 사망하기 직전까지 사용했던 휴대전화를 입수해 복원한 바에 따르면 2015년 7월 6일 저녁 임 과장 통화목록에 나나테크 허손구 이사가 등장한다. 이후 임 과장은 국정원 동료 직원 이 모씨에게 “허 이사가 급하게 전화를 달라고 한다”며 “시스템을 오 해달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시스템 오'는 포맷이나 덮어쓰기 등으로 추정돼 또 다른 은폐 시도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권석철 보안업체 큐브피아 대표는 “오프는 시스템을 끄는 것이고, 오버라이트는 겹쳐쓰기. 그것은 그들만의 은어이기 때문에 정확한 것은 그들만이 알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임 과장이 자의적으로 삭제를 했다는 국정원 주장과 달리 임 과장 혼자만의 판단으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정황도 보인다.

임 과장이 문제의 해킹 파일을 삭제한 시간은 숨지기 하루 전날인 17일 새벽 1시에서 3시 사이다. 그런데 임 과장은 삭제 직전인 새벽 0시 7분에 국정원 직원 최 모 씨와 이 모 씨에게 잇따라 전화를 걸었다. 이 씨와는 21초간 통화도 했다.

통화목록에 등장한 두 국정원 직원은 이에 대해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파일을 삭제한 17일 저녁에는 임 과장을 감사관실에서 찾는다는 문자와 함께 직원들의 전화가 잇따랐다. 사실 확인 차원에서 전화를 했을 뿐 감찰은 없었다는 기존 국정원 해명과 다르다. 특히 17일은 이병호 당시 국정원장이 해킹 파일을 국회에 공개하겠다고 밝힌 날이다. 이후 저녁 9시 37분엔 직속 상관인 기술개발처 김 모 처장이 “조금만 더 버티면 우리가 이깁니다”라고 문자를 보냈다.

이에 임 과장은 다음날인 18일 새벽 1시 23분 “그리고”라는 마지막 문자 메시지를 김 처장에게 보내려다 삭제하고 몇 시간 뒤 극단적 선택을 했다.

임 과장이 사망 직전 받은 ‘조금만 더 버티면 우리가 이깁니다’라는 문자가 국정원 마티즈 사건의 진실을 규명하는 열쇠가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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