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개정 협상' 자동차·철강 업계 "올 게 왔다"

2017-07-13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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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태웅·윤정훈 기자= 미국 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을 요구함에 따라 양국 간 무역 불균형의 주체로 거론됐던 자동차와 철강업계는 미국 측 공세의 대응 방안 마련에 나섰다.

각각 대미 수출 규모 및 의존도 등 산업별 차이만큼이나 피부로 느끼는 위기감의 경중은 업계마다 갈린다.

대미 수출이 수입보다 전적으로 큰 철강업계는 미국의 한국산 철강에 대한 반덤핑 관세 부과가 확대되거나 장기화될까 우려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국내 업체들의 ‘덤핑 수출’과 중국산 철강의 한국을 통한 ‘우회수출’을 문제 삼으며 철강 수입 규제를 압박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한 미 정부는 올 들어 연이어 한국산 철강에 대해 제품별로 최대 60%에 이르는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철강업계는 "반덤핑 관세로 수출 둔화가 가시화되고 있는 가운데, FTA 개정 협상 후 수출 환경이 더욱 나빠질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송재빈 한국철강협회 상근부회장은 “한국이 상품교역에서는 이익이 났다고 하지만 서비스교역에서는 미국 측에 훨씬 많은 걸 내주고 있다”며 “자국 철강산업의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미국 측에서 중국 제품 우회수출 등 이슈를 제기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는 한국을 통해 미국으로 우회 수출되는 중국산 철강은 전체 수출의 2%에 불과하다며 미국 측 주장에 대응하고 있다.

송 부회장은 “국내 기업들이 수출품에다가 중국산 철강재를 중간재로 쓰는 것을 거의 안 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고 보지만, 의외의 부분에서 추가적인 얘기가 나올지가 걱정이다”며 “산업통상자원부가 철강 등 수출 산업계와 계속 협력하면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기 때문에 다 같이 협력해 슬기롭게 극복할 것이라 본다"고 덧붙였다.

자동차 업계도 FTA 개정 협상이 대미 수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김태년 자동차산업협회 상무는 “한·미 FTA 이후 한국 자동차 대미 수출은 줄어드는 추세”라며 “아직 개정 협상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나온 내용은 없지만, 상황을 지켜보면서 대응 방안을 강구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자동차 대미 수출이 줄어든 것은 미국 현지법인에서의 생산·판매가 늘어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국내 완성차 업계 1위인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미국 현지 생산 비중이 각각 56.5%, 36.4%로 평균 47.3%에 이르지만, 상반기까지 현지 판매법인을 통한 판매대수는 64만2096대로, 전년 동기 대비 8.6% 감소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FTA로 인해 관세가 부활돼도 한국산 자동차는 가격경쟁력이 크기 때문에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미국 측 요구대로 우리나라의 연비 규제를 미국 수준에 맞춰 내린다 해도 미국산 자동차의 점유율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진 않는다. 미국산 자동차 판매가 늘지 않는 것은 소비자들의 선호도에 따른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로 1990년대 말까지 외국산 자동차 수입을 규제했던 우리 정부는 미국의 통상압박을 받아들여 이를 풀었다. 그러자 한국 내에서 일본과 독일 자동차 판매가 급증했고, 정작 미국산 자동차 증가율은 미미했다. 오히려 한·미 FTA가 미국산 자동차 판매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게 우리 측 주장이다.

또한 이번 개정 협상에서 우리 측 주장을 관철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산업계 관계자는 “개정 협상에서 미국 내 픽업 트럭의 생산·판매 요구 등 시장접근을 개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자국 내 운항 선박은 자국 내에서 건조해야 한다는 ‘존스 법안’, 철도차량이나 군용기 등은 반드시 미국에서 생산하도록 하는 등 미 정부의 다양한 불공정 법·조항의 개선을 요구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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