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日 진출 롯데·신라면세점 ‘썰렁’…中소유 면세점으로 몰려간 유커들

2017-07-10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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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세일 홍보에도 고객 거의 없어…사드 보복 ‘반사이익’ 기대 무색

지난 5일 둘러본 일본 도쿄의 쇼핑 메카 ‘도큐 플라자 긴자’에 들어선 롯데면세점 긴자점 9층 화장품 매장 전경. 고객이 거의 없어 한산하다. [석유선 기자, stone@ajunews.com]


(도쿄/일본) 석유선 기자 = 지난 5일 일본 도쿄(東京)의 쇼핑 중심가인 긴자(銀座)에 들어선 롯데면세점 긴자점을 찾았다. 프라다, 아르마니 등 명품 거리로 유명한 긴자 쇼핑타운 내 새로운 명소로 부상한 ‘도큐 플라자 긴자’ 8, 9층에 입점한 롯데면세점은 전용 엘리베이터까지 갖추고 있었다.

점심시간을 조금 넘긴 때 당도한 면세점 내부는 예상보다 더 썰렁한 분위기였다. 점원들은 혹여 자신의 매장을 들릴까 기대하며 ‘곤니치와’라며 인사를 건넬 뿐이었다. 8층은 구찌, 코치, 휴고 보스, 오메가 등 고급 패션·잡화 브랜드가 많아 고객이 적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에스컬레이터로 화장품 브랜드가 주로 있는 9층으로 올라가니, 다행히 8층처럼 고객이 전무하진 않았다. 그래도 중국 관광객 서너 명, 한국인 관광객 두어 명이 전부였다. 우리나라에서 흔히 보던 중국인 단체관광객인 유커(游客)들의 쓸어담기식 쇼핑은 찾아볼 수 없었다.

면세점 입구에는 7월부터 8월 31일까지 ‘여름 세일’을 알리는 광고 전단이 비치돼 있고, 매장 내에도 붉은 색의 ‘SALE(세일)’ 문구가 내걸려 있었지만, 실제 구매 고객은 적었다. 이날 만난 중국인 개인관광객 류샤오리씨(31·여)는 “한국에서 롯데면세점을 가본 적이 있는데 상품이 많았던 기억에 긴자점을 들렀다”면서 “그런데 좋아하는 입생로랑 브랜드가 여긴 없어 아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실 이번에 서울 대신 도쿄에 오게 됐는데 한·중관계가 빨리 풀렸으면 한다”는 바람도 전했다.

지난 3월부터 우리나라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결정으로 중국 정부가 한국 단체여행을 금지하는 이른바 ‘한한령(限韓令)’을 내리면서, 롯데·신라면세점 등 한국 면세점들은 일본에서 활로 찾기에 나섰다.

유커들이 한국 대신 일본을 찾을 테니 반사 이익을 노릴 것이란 기대였지만, 실제 성과는 미미한 것으로 보인다. 사드 논란 이후 롯데면세점 긴자점은 순익은커녕 매월 30% 정도의 영업 손실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면세점의 큰손이었던 유커가 경색된 한·중관계로 인해 굳이 한국 면세점보다는 일본 면세점이나 중국 자본의 면세점을 찾고 있는 탓이다. 실제 대부분의 유커는 롯데면세점 긴자점보다는 중국인이 대표로 있는 인근의 라옥스(LAOX)면세점에서 쇼핑을 즐긴다고 한다.
 

신라면세점이 일본 다카시마야백화점, ANA와 합작해 만든 ‘다카시마야 면세점 SHILLA&ANA’ 내부 전경. 중국인을 겨냥해 ‘황금판다’ 동상까지 만들었지만, 주말 저녁임에도 손님이 거의 없어 썰렁한 모습이다. [석유선 기자]


최근 일본 도쿄 신주쿠(新宿)에 지점을 낸 신라면세점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신라면세점은 지난 4월 말 다카시마야백화점과 전일본항공상사(ANA)와 합작해 ‘다카시마야 면세점 SHILLA&ANA’를 다카시마야 타임스퀘어 11층에 개관했다.

지난 1일 저녁 방문한 이곳은 롯데면세점보다 더 심각할 정도로 고객이 거의 없었다. 매장 한가운데는 중국인들이 사랑하는 동물인 ‘판다’를 황금동상으로 만들어놓는 등 유커 몰이에 제법 신경 쓴 모습이었다.

그러나 이곳을 찾는 고객 중 중국인은 한두 명에 불과했다. 게다가 한 중국인은 다카시마야 백화점을 둘러보다 길을 잘못 들어온 것이라며 면세점이 이곳에 있는지도 몰랐다고 했다.

신라면세점 관계자는 “도쿄 면세점은 호텔신라 20%, ANA 20%, 다카시마야 백화점 60%씩 지분을 가진 합작 면세점이고 오픈한 지 얼마 안돼 매출을 크게 신경쓰지 않고 있다”면서 “다만 신성장동력 확보 차원에서 해외 지점의 성장에 힘쓸 예정이며, 특히 올해는 연말 개장인 홍콩 첵랍콕공항 면세점 매출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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