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 장봉현 기자 = 최근 경찰에 의해 전남의 한 레미콘 회사가 시멘트 함량이 낮은 규격미달 레미콘을 대량 납품했다는 사실이 적발된 가운데 순천지역 유명 브랜드 아파트 시공에도 일부 '불량 레미콘'이 사용된 사실이 확인돼 충격을 주고 있다.
레미콘은 정해진 규격에 따라 시멘트, 자갈 등을 배합해 공급해야 하며 주원료인 시멘트 함량이 기준치보다 낮을 경우 강도가 크게 떨어져 건축물 안전에 심각한 위협을 주게 된다.
이들은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건설사들과 약정한 배합 비율보다 시멘트 함량을 20%가량 줄이는 방법으로 레미콘을 제조해 납품해온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시공사가 요구한대로 레미콘을 생산한 것처럼 허위 자동생산기록지(배치리스트)와 배합 설계표를 작성해 건설사에 제출해 왔으며, 현장 검사 통과용 레미콘을 따로 제조하거나 시멘트 함량을 적게 배합한 레미콘의 비율을 조작해 규격품인 것처럼 속여 온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런 불량 레미콘이 수많은 사람이 거주하는 아파트 공사 현장에 사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이런 불량 레미콘을 쓰면 콘크리트 강도가 떨어져 건물 안전과 수명에 치명적 악영향이 미친다는 점이다.
이들이 납품한 불량 레미콘은 무려 45만 루베(약 90만t)에 달하며 순천 신대지구 등 아파트 현장과 도로 보수 등 전남 지역 2500여 곳의 건설 현장에 쓰여 온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부실시공 논란에 휩싸이자 순천시는 최근 함량 미달의 레미콘을 공급받은 오천지구 3개 아파트 단지와 조례, 용당 등 6개 아파트 입주자협의회에 '전문기관에 의뢰해 안전진단을 실시하라'는 공문을 발송했다.
순천 신대지구 건축허가 승인권자인 광양경제청도 중흥아파트 감리단에 불량 레미콘 사용현황 파악을 지시하는 등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진단 결과 부실시공으로 인한 안전도 문제가 확인될 경우 파장은 일파만파 확산될 전망이다.
이 같은 소식을 접한 아파트 입주민들의 불신과 불안감도 확산되고 있다.
순천 신대지구의 한 아파트 주민 이모씨(46)는 "눈에 보이는 하자의 경우 바로바로 고치면 되지만 불량 레미콘은 확인할 수 없으니 불안하다"면서 "일부 입주민들을 중심으로 건설사를 상대로 진상규명과 보상을 요구하자는 움직임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불량 레미콘 유통업체가 건설사 관계자와의 유착 여부 등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또 국가기술표준원과 국토교통부에 관련 사실을 통보, 안전진단을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