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세미 기자 = 미국 대법원이 이슬람권 6개국 출신자들의 입국을 일시적으로 제한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행정명령을 조건부로 허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승리’를 계기로 국정 운영에 동력을 얻게 될지 주목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26일(현지시간) 미국 연방대법원은 트럼프 정부의 반이민 행정명령 내용 중 일부에 대해 법적 분쟁이 끝나기 전이라도 발효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미국에 있는 개인이나 단체와의 “진실한 관계(bona fide relationship)”를 “신빙성 있게(credible)” 주장하지 못하는 이슬람 6개국 국적자들과 난민에게 입국 금지를 적용할 수 있다고 결정했다. 또한 오는 10월 첫 공판을 열어 행정명령의 합법성 여부를 종합적으로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외신들은 일제히 트럼프 대통령의 승리를 선언했다. WSJ은 패배만 맛보던 트럼프 대통령의 운을 반전시킨 중요한 판결이었다고 평가했고 AFP 통신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승리라고 해석했다. CNN은 “진실한 관계”와 “신빙성 있음”의 기준이 모호해 법적으로 혼란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정치적으로는 사막을 걷던 트럼프 대통령이 오아시스를 만난 격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법원의 결정에 반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성명을 내고 "이번 판결은 미국 국가 안보를 위한 명백한 승리”라며 “대통령으로서 나의 최우선 책임은 미국인을 안전하게 지키는 것이다. 오늘 판결은 내가 미국을 보호하기 위해 중요한 수단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라고 전했다.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도 성명을 통해 대법원이 10월 본 공판에서 정부의 입장을 듣게 되면 정부의 손을 들어줄 것으로 확신한다면서 최종 승리를 장담했다. .
그러나 반이민 행정명령 비판가들도 이날 대법원의 결정을 자축하긴 마찬가지였다.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의 오마르 자드와트 변호사는 “이번 결정은 대법원이 행정명령의 전면 허용이 불가함을 확인한 것"이라면서 사실상 대부분의 입국 신청자들이 입국 금지에서 면제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데이비드 콜 ACLU 변호사는 AFP에 대법원이 정부와 인권단체 사이에서 중립적인 입장을 취한 것이라고 해석하면서 10월 대법원의 최종 결정에 따라 실질적인 파장이 생길 수 있다고 예상했다.
국무부와 국토안보부는 즉각 반이민 행정명령 이행을 위한 준비에 나섰다. 국무부는 72시간 안에 행정명령의 효력 발생을 위해 구체적인 이행 지침을 마련해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행정명령의 일부 조항이 효력을 낸다고 해도 그 여파는 올해 1월 첫번째 행정명령이 예고 없이 실시되었을 때만큼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첫번째 반이민 행정명령이 실시되었을 때에는 미국을 비롯한 국제 공항에서 이슬람권 7개국 출신 미국행 여행객들의 발이 묶이고 수많은 시위대가 공항에 운집해 행정명령 철회를 요구하는 대혼란이 빚어진 바 있다.
한편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 스캔들에 따른 국정 위기를 정면 돌파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트럼프케어의 의회 통과를 위해 공화당 의원들에게 직접 전화를 돌리면서 찬성을 독려하는 한편 민주당은 정책 추진을 방해하는 세력으로 낙인찍었다. 그밖에도 작년 러시아의 대선 개입 책임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에 돌리는 새로운 전략도 꺼내 들었다. 그는 26일 연속 트윗을 통해 작년 8월 오바마 대통령이 CIA로부터 러시아의 대선 개입 정황을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승리를 위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서 러시아 스캔들에 있어서의 관심을 오바마 책임론으로 돌리기 위해 노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