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길 감독의 인생, 극장] 나의 로망 '니키타'

2017-06-27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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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악녀'를 연출한 정병길 감독[사진=NEW 제공]

아주경제 최송희 기자 = 영화의 힘은 세다. 한 편의 영화는 누군가에게 좌표이자 안내서가 되기도 한다. 저마다의 이유, 저마다의 감성이 담긴 한 편의 영화. ‘인생, 극장’은 감독들이 꼽은 인생 영화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코너다. 감독들에게 지침이 된 혹은 그의 인생에 영향을 끼친 영화는 무엇일까? 영화 ‘우리는 액션배우다’, ‘내가 살인범이다’, ‘악녀’의 정병길 감독에게 물었다.

“제게 인생 영화는 뤽 베송 감독의 ‘니키타’인 것 같아요. 11살 때였는데, 우연히 친구 집에 놀러 갔다가 보게 되었어요. 당시 친구가 하던 말이 ‘부모님이 빌려놓은 게 있는데 청소년관람 불가니까 보지 말라고 했다’고. 하하하.”

영화 ‘니키타’는 억울한 누명을 쓰고 살해범으로 몰린 니키타(안느 파릴로드)가 비밀국가조직의 냉혹한 킬러로 탄생하게 되는 이야기를 그렸다.

뒷골목의 불량소녀 니키타는 정체가 분명치 않은 비밀 정보기관에서 전문 킬러로 양성된다. 엄청난 트레이닝으로 인간 병기가 되어 버린 그는 조세핀이라는 이름을 받고 도시에 던져진다. 임무가 주어지면 때로는 조직과 함께, 또 때로는 홀홀단신 양손에 매그넘 권총을 들고 달려가 숙청을 감행한다. 하지만 니키타에게 연인이 생기며 모든 것이 바뀌게 된다. 자신의 처지에 방황하며 죄의식을 느끼게 된 것. 하지만 조직은 그녀의 변화에 대비해 또 하나의 임무를 전달한다. 적성국 대사관에 침입해 비밀서류를 사진으로 찍어오는 일이다. 니키타는 마지막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또 한 번 무기를 들게 된다.

‘니키타’는 뤽 베송 감독의 작품이다. 장 자크 베네·레오 카락스와 함께 프랑스의 누벨이마주를 대표하는 영화감독이다.

어렸을 때부터 영화광이었던 뤽 베송은 1977년 프랑스 최대 규모의 영화사인 고몽의 뉴스영화 연출부에 입사하여 영화계에 입문했다. 1978년 미국의 할리우드에서 1년 동안 체류한 뒤 귀국하여 조감독 경험을 쌓으면서 몇 편의 단편영화를 연출하였다.

1983년 제작·각본·연출을 겸한 장편 데뷔작 ‘마지막 전투’를 발표한 뒤 ‘서브웨이’, ‘그랑블루’ 등 다양한 작품을 발표, 세계적인 감독으로 거듭난다. 특히 뤽 베송 감독은 1990년 할리우드식 액션영화 ‘니키타’ 연출 후, 초기 누벨이마주와 할리우드 상업 요소를 결합해 흥행 감독으로 부상한다.

정병길 감독이 '인생 영화'로 꼽은 영화 '니키타'의 한장면[사진=영화 '니키타' 스틸컷]


“어린 나이에 ‘니키타’를 보게 됐는데, 큰 충격을 받았어요. 야한 영화인 줄 알고 본 건데…. 하하하. 내내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봤는데, 보면서 문득 그런 생각을 했죠. ‘친구 엄마가 오시더라도 끝까지 볼 거다’라고. 그런 마음으로 끝까지 봤어요. 당시 영화감독이 뭔지도 모를 때고 이 영화가 프랑스 영화인지, 미국 영화인지도 몰랐거든요. 그런데 ‘니키타’에 완전히 압도된 뒤 뤽 베송이라는 감독의 이름을 알게 됐어요. 스필버그, 제임스 칸 다음으로 이름을 외운 감독이죠. 영화감독이 되면 이런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뤽 베송 감독이 어린 정병길 감독에게 준 충격과 영감은 2017년, 영화 ‘악녀’를 탄생하게 만들었다.

“‘악녀’는 어릴 때 로망에 관한 영화에요. ‘니키타’의 오마주라고 볼 수 있죠. ‘니키타’에 대한, 뤽 베송에 대한 오마주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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