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 적용 대상 대기업 계열사 기준은 총수 일가 지분율이 상장회사의 경우 30% 이상, 비상장회사는 20% 이상이다. 정부는 이 지분율 기준을 상장·비상장사 가릴 것 없이 20%로 낮춘다는 방침이다. 공정거래법(23조의2)상 일감몰아주기 관련 세부규정은 시행령에 위임하고 있고 시행령은 국회 동의 없이도 정부가 고칠 수 있기 때문에 대통령과 정부의 의지만 있으면 바로 시행할 수 있다.
◆‘수직 계열화’ 사업 구조···인위적 내부거래 축소 어려워
이들 기업들은 내부거래 규모를 떨어뜨리기란 쉽지 않은 일이라고 항변한다. 국내 대기업 계열사들 대부분이 주력 계열사의 경쟁력 강화 및 역량 확대를 위한 부분품·서비스를 제공하는 ‘수직 계열화’ 형태를 띠고 있기 때문에 물량의 일정 수준은 내부거래로 충당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현대글로비스는 자동차와 전동차 등 계열사가 생산하는 완제품의 안정적인 수송수단이 필수인 현대자동차 그룹의 사정상 일정 수준 이상의 거래는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총수일가 소유 지분을 매각해 법 기준을 충족시키려고 해도 지분 양도세 부담에 더해 해당 기업에 대한 총수일가 지배력 약화, 해당기업 주가 충격 등 다양한 변수를 따져야하기 때문에 당장의 추진도 쉽지 않다고 강조했다. 특히, 해당기업들 가운데 다수가 총수 일가의 그룹 지배구조상 주요 위치를 점하고 있는 상황이라, 갑작스런 지분율 변화는 투기자본의 적대적 인수·합병(M&A) 등의 사태도 유발할 수 있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정부는 일감몰아주기 규제가 강화돼도 대기업들은 허점을 활용해 빠져나감으로써 내부거래 비중은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는 수치적인 면만 강조하고 있다”면서 “내부거래 문제는 업종별·기업별 사정을 감안해 접근해야 하는데, 내부거래 비중을 총수 일가의 사익 추구 대상으로만 보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재계는 정부의 주장과 달리 총수일가의 소유지분이 증가한 계열사는 내부거래 비중이 줄어들었다고 강조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대규모 기업집단 계열사간 상품·용역거래에 대한 경제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12~2014년 기간 동안 총수가족의 실질소유권(직접소유지분과 계열사소유를 통한 간접지분을 모두 고려한 현금흐름권)이 10%포인트 증가하면 계열사 매출비중은 1.72%포인트 감소했다. 또한 같은 기간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인 총수가족 소유지분이 30% 이상인 상장사나 20% 이상인 비상장사와 거래한 계열사의 총자산순이익률(ROA)은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2.86% 포인트 더 높아, 계열사간 내부거래로 이익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효율성 극대화 위한 내부거래 계열사도 규제 대상
재계가 우려하는 또 다른 문제는 총수일가 지분율이 낮춰질 경우 규제 대상 계열사수가 확대된다는 것이다.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국내 31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자산 10조 원 이상) 중 총수가 있는 24개 그룹을 분석한 결과, 총수 지분율 10% 포인트 하향시, 공정위 규제대상 기업은 올해 123개사로, 지난해 95개사에 비해 29.5%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계 관계자는 “중견·중소기업이 동등한 자격으로 사업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의 취지를 넘어 경영 효율성을 위해 이뤄지는 내부거래까지 공정위의 규제 아래에 놓인다면 기업의 사업 활동은 위축 받을 것”이라면서 “정부가 새 규제를 시행한다면 이러한 부작용을 해소할 장치를 마련해줘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