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블룸버그통신 및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리셴룽 총리의 동생인 리셴양 의장은 지난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리 총리의 부인인 호칭(何晶) 국부펀드 테마섹 최고경영자가가 2015년 2월 6일 아버지 리콴유의 병세가 악화해 중환자실에 입원한 동안 아버지의 문서 다수를 임의로 가져갔다”고 폭로했다.
이같은 주장에 싱가포르 총리실은 당시 호칭 여사가 남편인 리 총리의 스페인 방문에 함께 했고, 돌아온 날짜가 2015년 2월 7일이라는 기록을 내놓으며 반박했다. 또 NHB도 문서들이 2015년 2월 6일이 아니라 리콴유 전 총리의 타계 후인 4월 6일에 인계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리셴양 의장은 재차 “아버지의 유훈에 따라 서류를 비롯해 자택에 있던 유품은 유언 집행자인 나와 누나 리웨이링의 절대적인 관할 아래 있다”면서 “허가되지 않은 유품 취득은 절도와 권한 침해에 해당한다”고 반박했다.
이번 논란은 최근 리셴룽 총리가 리콴유 전 총리에 대한 우상화 작업을 통해 자신의 아들에게 권력을 세습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형제들이 반발하면서 발생했다. 지난 14일 리 전 총리의 장녀 리웨이링과 차남 리셴양은 페이스북을 통해 “리셴룽 총리는 싱가포르 정부 내에서의 자신의 지위와 영향력을 악용해 개인적 목적을 추구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그를 형제로서도, 지도자로서도 신뢰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또 “2015년 3월 23일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로 우리는 리셴릉이 자신의 지위와 싱가포르 정부 및 정부기구에 미치는 영향력을 악용해 자신의 개인적 의제를 추구하는 데 위협을 느끼고 있었다”며 “도처에 ‘빅 브러더’가 있다고 느끼고 리셴양이 싱가포르를 떠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현재와 같은 혼란이 리콴유 전 총리가 구축한 독재체제에서 비롯된 부작용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싱가포르의 국부로 불리는 리 전 총리는 지난 2015년 3월 타계했다. 아시아적 민주주의를 표방하며 강력한 법치와 청렴한 제도로 싱가포르를 선진국의 반열에 올렸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민주주의를 변형한 독재를 자행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리 전 총리는 지난 1994년 김대중 전 대통령과 벌인 ‘민주주의 논쟁’으로 국내 언론의 관심을 받기도 했다. 리 전 총리와 김 전 대통령은 민주주의의 가치를 놓고 미국 정치·외교 전문 매체인 ‘포린 어페어스(Foreign Affairs)’ 기고문을 통해 격론을 벌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