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업계에 따르면 한미일 연합이 도시바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SK하이닉스는 기술혁신, 경쟁업체 견제, 수익 구조 안정화라는 ‘1석3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SK하이닉스는 향후 도시바와 제휴, 공동 개발 파트너십 등을 통해 낸드플래시 기술혁신에 나설 수 있게 됐다. TV로 치면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머리를 맞대고 신제품을 개발하는 셈이다. 그만큼 시너지 효과가 크다는 뜻이다.
도시바는 2D 낸드플래시에서 최고의 공정 경쟁력을 가졌을 뿐 아니라 3D 개념도 처음으로 고안한 바 있다. 시장조사기업 IHS마킷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세계 낸드플래시 시장점유율은 삼성전자가 36.7%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도시바가 17.2%로 그 뒤를 잇고 있다. 나머지 시장은 웨스턴 디지털(15.5%), SK하이닉스(11.4%), 마이크론(11.1%), 인텔(7.4%) 등이 나눠 가지고 있다.
또한 중국업체들의 진출을 지연시킴으로써 국내 반도체업계의 ‘방패막이’ 역할도 한 셈이 됐다. 중국의 반도체업체들은 M&A(인수합병) 등을 통해 선두그룹을 따라잡고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로 인해 중국의 반도체굴기가 향후 2년 내에 가시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도시바 반도체 부문 인수전에서도 사실상 가장 많은 액수(2조엔 후반대)를 제시한 것은 대만의 홍하이 정밀 공업이었다. 그러나 기술유출을 우려한 일본 경제산업성의 견제와 SK하이닉스의 선전으로 무위에 그쳤다.
위기 대응도 능력도 더욱 강화될 것으로 분석된다. 낸드메모리의 경쟁력 강화로 현재 D램에 편중돼있는 수익 구조를 변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D램 시장(지난해 기준)에서 점유율 25.2%로, 1위인 삼성전자(48.0%)에 이어 2위를 지키고 있다. SK하이닉스가 향후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도시바의 점유율을 어느 정도만 확보해도 수익 확대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까지 한미일 연합 내 반도체업체는 SK하이닉스가 유일해 가능성이 큰 시나리오다.
이를 통해 SK하이닉스는 글로벌 반도체 업계 3위 자리를 더욱 굳건히 할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는 작년 4분기에 이어 올해 1분기에도 글로벌 반도체 업계 3위에 오른 바 있다.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의 호황 덕분이다. 이 같은 상승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IHS는 올해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 성장률이 30.3%에 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한편 낸드플래시 시장이 큰 변곡점을 맞고 있는 가운데 업계 1위인 삼성전자는 조용히 기술혁신에 매진하며 제 갈 길을 가는 모양새다. 삼성전자는 지난 1월 글로벌 B2B 고객들에게 공급을 시작한 SSD에 이어 모바일용 eUFS, 소비자용 SSD, 메모리카드 등에 '4세대(64단) 256기가비트(Gb) 3bit V낸드플래시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안에 월간 생산 비중을 50% 이상으로 늘려 글로벌 고객의 수요 증가에 대응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4세대 V낸드는 '초고집적 셀 구조·공정'와 '초고속 동작 회로 설계', '초고신뢰성 CTF(Charge Trap Flash) 박막 형성' 등 3가지 혁신 기술이 적용돼 3세대(48단) 제품 대비 속도와 생산성, 전력 효율 모두 30% 이상 향상된 제품이다.
업계 관계자는 “도시바와 SK하이닉스의 협력 관계가 구축된 만큼 향후 낸드플래시 시장이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며 “특히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와 시장 점유율뿐만 아니라 기술 경쟁력의 차이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