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지훈 기자 = SK㈜가 국내 기업 중 최초로 글로벌 제약사의 생산설비를 모두 인수하며 의약품 핵심시장인 유럽 공략에 나섰다.
SK㈜는 100% 자회사인 SK바이오텍이 아일랜드 스워즈(Swords)시에 위치한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ristol-Myers Squibb·BMS)의 대형 원료의약품 생산 공장을 인수한다고 18일 밝혔다.
BMS는 130년 전통의 글로벌 제약사로 지난해 190억 달러(약 21조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SK바이오텍은 이번 인수·합병(M&A)으로 생산설비와 전문 인력은 물론 BMS의 합성의약품 공급계약과 스워즈 공장에서 생산 중인 아스트라제네카 공급계약까지 가져오게 됐다. 해당 공장의 연간 생산규모는 8만1000리터에 달한다.
특히 이번 인수로 SK㈜는 세계 위탁생산회사(CMO) 시장을 양분하는 유럽 지역에 생산기지를 보유하게 됐다. 스워즈공장은 BMS가 생산하는 합성의약품 제조 과정 중 난이도가 가장 높은 공정을 담당하고 있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원료의약품은 인구고령화로 갈수록 수요가 증가하는 항암제, 당뇨치료제 및 심혈관제로 시장 전망이 밝은데다 BMS·아스트라제네카 등 선진 제약사들의 제품이 대부분이라 SK바이오텍의 매출 신장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SK㈜ 관계자는 "이번 M&A는 아일랜드 정부 및 아일랜드 투자청(IDA)의 적극적인 지원 하에 성사된 것인 만큼 추후 유럽 내 CMO 사업확장에도 지속적인 성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로써 SK㈜는 핵심 성장사업인 바이오 및 제약 부분에서 글로벌 사업 확장을 가속화할 수 있게 됐다.
SK㈜ 관계자는 "BMS가 판매 중인 주요 제품의 공급계약까지 인수하는 것이라 BMS 측에서도 인수 상대를 까다롭게 선별할 수밖에 없었다"며 "SK바이오텍은 지난 10년간 BMS에 원료의약품을 공급해 온 주요 공급사로 세계 최초 양산화에 성공한 연속반응기술 등 독보적 기술과 품질관리가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았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SK㈜ 내부에서는 이 같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원인으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장기 투자를 꼽고 있다. SK㈜에 따르면 최 회장은 바이오·제약 분야에 20년 이상 장기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2007년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이후에도 신약개발 조직을 지주사 직속으로 두고 그룹 차원의 투자와 연구 역량을 결집해왔다.
이 같은 지원에 힘입어 SK바이오텍은 지난해 처음으로 매출 1000억원을 돌파했으며 300억원 규모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현재 세종 명학산업단지 내 16만리터 규모의 증설을 완료했으며 2020년까지 80만리터 규모의 생산시설 확장을 계획 중이다. 이를 통해 2020년까지 매출 1조5000억원, 기업가치 4조원 규모로 성장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박준구 SK바이오텍 대표는 "증설 등 사업 확장을 가속화하고 내부 연구·개발(R&D) 역량을 결집시켜 고부가가치 상품 수주를 통한 밸류업(Value-up)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