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에 4차 산업혁명 바람이 불면서 AI(인공지능)기술이 속속 도입되고 있지만 유독 카드업계만 몸을 움츠리고 있다. 카드발급, 민원상담 등을 AI로 처리하겠다는 당초 목표를 올해 안에는 이루기 힘들 전망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신한, 삼성, 현대, 롯데 등 다수의 카드사들은 AI기술을 도입하기 위해 전담부서를 설치하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아직 걸음마도 못 뗀 상황으로 전해졌다. 카드사마다 상품이 복잡하고 부가서비스가 다양해 투입 비용대비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은데다 관련 인력은 물론 구체적인 전략도 없는 상황이다.
삼성카드는 지난해부터 AI기술을 고객상담 등에 활용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지만 연내 도입이 불투명하다. 하나카드도 AI기술을 콜센터, 상담창구 등에 도입하고자 지난해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연구를 시작했지만 현재는 관련 작업이 중단됐다. 텍스트 기반 상담은 사람보다 편의성이 떨어지고, AI를 도입하자니 사투리, 말투 등에 따른 인식이 쉽지 않아 가시적인 성과 도출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민원은 결제액, 결제날짜 같은 숫자와 관련된 민원이 비교적 많은 편이라 AI를 도입하기에 쉬울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는데 실제로 적용해보니 어려움이 많았다"며 "실무에 적용할 만한 수준이 되는 AI기술이 모두 고가의 수입산인데다 사투리, 어조 등 한국어 특수성에 따른 음성 인식도 쉽지 않아 수년 내 상용화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와 부가가치세 대리납부, 비정규직 고용부담 등 외부 리스크로 정작 미래 전략을 고심할 여력이 없는 환경도 신기술 확보를 어렵게 한다는 지적이다. AI등 4차산업에 대비할 신기술을 도입하려면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데 정작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다가 시간만 간다는 주장이다. 카드사 CEO 임기가 3년 안 팎인 점도 꾸준한 투자를 어렵게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막대한 연구, 투자비를 들여 AI를 잘못 도입하면 오류를 정정하는데 2~3중의 비용이 드는데다 이미지 악화 라는 독이 될수 있어 다들 선제적 도입을 꺼리는 분위기"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