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오진주 기자 =서울역 일대 도시재생이 본격화하면서 인근 상권이 들썩인다. 특히 서울역부터 충정로역에 이르는 중림로는 ‘경리단길’에 빗대 ‘중리단길’이라는 별명까지 얻으며 상가 임대료가 급등하고 있다. 이에 중림로도 경리단길·서울숲길·가로수길 등이 겪었던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의 전철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20일 ‘서울로 7017’ 개장 특수를 맞은 곳은 서울역 서쪽에 위치한 중림동이었다. 서울로 7107 끝자락부터 충정로역까지 이어지는 중림로에는 카페와 맥줏집이 밤 늦게까지 환하게 불을 켜고 있었다. 일부 상인은 보도까지 나와 음식을 팔기도 했다.
이후 서울로 7017 개장을 앞두고 한 번 더 들썩인 중림동은 지난 25일 서울시가 이 일대에 오는 2019년까지 총 178억원을 투입하는 ‘중림동 도시재생활성화 계획안’을 발표하면서 기대감이 일고 있다. 계획안은 손기정 체육공원부터 서소문 역사공원까지 1.5㎞를 역사문화탐방로로 만드는 내용을 담았다.
중림로에 카페를 열기 위해 상가를 찾는 사람도 부쩍 많아졌다. 서울역 인근에 위치한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상가 월세는 매물을 내놓자마자 계약이 된다”며 “주로 작은 카페를 내려는 임차인들”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1층 기준으로 전용면적 99㎡(약 30평)도 안 되는 곳이 보증금 1억원에 월임대료 500만원 정도”라며 “저렴하게 나온 곳은 보증금 5000만원에 월임대료 300만원 정도”라고 말했다.
이상혁 상가정보연구소 연구원은 “중림동은 1년 전과 비교했을 때 임대료와 권리금이 1.5배 정도 뛰는 등 단기간에 임대료가 상승하다보니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에 대한 우려가 있다”며 “중림동과 같이 아직 상권이 덜 활성화된 상태에서 임대료가 오르면 임차인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임대료 상승으로 원주민이 삶의 터전을 잃고 떠나가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은 앞서 가로수길과 경리단길·서울숲길 등에서 꾸준히 반복된 문제다. 이에 각 자치구들은 건물주와 임대료를 올리지 않도록 약속하는 협약을 맺는 등 꾸준히 노력하지만 이로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 연구원은 “젠트리피케이션은 도시재생 과정에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어 그 자체를 막을 순 없지만, 어떻게 연착륙시켜 가격상승 폭을 줄일 수 있을지 고민하는 등 정부의 대안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 “이전에는 일본 롯폰기 힐스의 도시재생 결과에만 주목했다면, 지금은 그들이 도시를 활성화시키는 과정에서 주민·상인과 상생하는 등 그 과정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관련기사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