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원순 특사 "아세안 특사, 4강 외교 넘어선 징표 됐다"

2017-05-23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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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국 외교 넘어 아세안 중요성 강조…동남아 정상들 크게 반겨"
"남북한 문제, 외국 도움 요청이 반드시 능사는 아냐"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특사로 동남아 국가를 순방 중인 박원순 서울시장은 23일 이번 방문이 "새 정부가 미·중·일·러 4강 외교를 넘어 아세안 중시 정책으로 전환하는 징표가 됐다"고 평가했다.
박 시장은 이날 저녁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주인도네시아 한국대사관 관저에서 한 연합뉴스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그동안 한반도 주변 4강 특사는 있었지만, 아세안 특사는 없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아세안 특사 파견은 새 정부가 아세안을 얼마나 중시하는지 상징적으로 보여줬다"면서 "새 정부의 아세안 특사 파견에 필리핀과 인도네시아 양국 정상들이 굉장히 좋아하고 반기는 태도를 보였다"고 전했다.

그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로 촉발된 중국의 보복성 제재를 언급하면서 "문재인 대통령께선 외교 다변화의 의미를 말하면서 아세안이 우리 외교와 한국과의 관계에 중요하다고 분명히 확인했고 그렇게 가는 것이 옳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박 시장은 북한 문제와 관련해선 동남아 정상들에게 "북한의 위협은 종식돼야 하며 한반도 핵문제를 완전 해결, 종식하는 것이 우리 정부의 외교 목표란 점을 설명하고 아세안의 협력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씀드렸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북한에 대한 제재와 압박 중심이었던 이전 정부의 외교정책과 관련해선 "남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여러가지 외교적 노력이 필요하고 주변 4강 또는 아세안, 유럽연합(EU)과의 다양한 협력이 필요하지만, 동시에 우리의 주체적 노력도 필요하다"면서 "외국의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반드시 능사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박 시장은 아세안 특사 방문을 마친 뒤에는 문 대통령에게 "아세안 정상회의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 참석 등과 연계해 동남아 개별 국가를 좀 더 방문할 수 있도록 건의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세안과의 외교적, 국가적 우호관계를 더욱 강화하기 위해 대통령 방문이나 협력 관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박 시장은 최근 동남아시아에서 '일대일로'( 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 사업)와 차이나 머니를 내세워 영향력을 확대하는 중국과 이를 견제하는 일본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면서 한국 기업들의 진출이 위축되는 현상과 관련해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도 말했다.

박 시장은 "민간이 독자적으로 시장을 개척하고 노력을 해야 하지만 국가, 정부의 지원도 중요하다"면서 "예컨대 인도네시아의 경우 한국-인도네시아 정상회의에서 합의됐던 사항이 구체적으로 실현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 조코 위도도(일명 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도 조코위 대통령이 인도네시아에 산업단지를 조성해 한국기업이 집중 투자를 했으면 한다고 말했는데 꼭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나 앞으로 수행돼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박 시장은 자신이 아세안 특사로 지명된 배경에 대해선 "자치단체장이 특사로 임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들었다"면서 "정치적 고려 때문이 아니라 정부가 만드는 큰 틀의 외교와 함께 그 틀에 내용을 채워가는 민간외교와 공공외교, 도시외교도 중요하다는 측면에서 지명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지난 22일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을 예방한 데 이어 이날 오후 인도네시아 보고르 대통령 궁을 찾아 조코위 대통령을 만났다.

그는 24일 마지막 순방국인 베트남으로 이동해 25일 쩐 다이 꽝 베트남 국가주석을 만날 예정이다.

hwangch@yna.co.kr

(끝)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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