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S)·학교예산 증액
노인요양 지원 축소·유치원 무상급식 중단
非EU 시민 고용시 부담금 2배로 증액
(런던=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 오는 6월8일 조기총선을 앞두고 집권 보수당을 이끄는 테리사 메이 총리가 '평범한 노동자'를 위한 정부를 내세우면서 총선공약들을 발표했다.
메이 총리는 18일(현지시간) 런던에서 '함께 앞으로-더 강한 영국과 더 번영한 미래'를 표제로 한 공약집을 공개하면서 "내 주류 정부는 주류 영국인들을 위해 일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는 연설에서 "소수 특권층이 아니라 모두를 위해 일하는 나라로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그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평범한 근로가구의 생활비를 낮추고, 세금을 낮게 유지하는 한편 시장이 작동하지 않을 때 개입하겠다"고 했다.
2년 전 총선공약들이 대부분 유지되고 일부가 변경된 공약들이 발표되자 메이 정부가 지향하는 방향에 대한 궁금증이 일었다.
메이 총리는 메이이즘(Mayism)은 어떤 것이냐는 질문에 "메이이즘은 없다. 국익과 평범한 노동자들의 이익을 중심에 두고 모든 것을 해온 훌륭하고 굳건한 보수주의가 있다"고 답했다.
그는 자신이 신자유주의로 대변되는 대처리즘의 추종자라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에도 "마거릿 대처는 보수주의자였고 나도 보수주의자"라고 답변하면서 비교를 피했다.
이날 나온 공약들을 놓고 메이 총리가 "선택적 시장 개입, 재정긴축 기조 완화, 복지 추가 삭감을 제시했다"는 언론 평가가 나왔다.
아울러 메이 총리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협상과 관련해선 "우리가 실패한다면 그 결과는 끔찍할 것"이라며 "나와 내 팀을 위한 모든 투표는 협상력을 강화시켜줄 것"이라고 호소했다.
브렉시트 협상력 강화는 메이 총리가 2년 만에 조기총선을 요청한 핵심 배경이다 .
◇ 노인 요양 서비스 축소
현재 19%인 법인세율을 2020년까지 17%로 인하하겠다는 기존 약속을 유지하고 부가세를 올리지 않겠다고 했다.
하지만 2020년까지 소득세·부가세·국민보험(NI) 등 3대 세금을 절대 올리지 않겠다는 직전 공약을 삭제해 증세 여지를 남겼다.
소득세 개인공제한도를 2020년까지 1만2천500파운드로 확대하고 소득세율 최고세율 과표 출발선을 5만파운드로 높이는 감세 약속도 유지됐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2.6%인 재정적자는 2020년대 중반까지 해소하겠다고 했다. 긴축 기조를 완화하겠다는 방침을 확인한 것이다.
대신 국민보건서비스(NHS) 예산과 학교 예산 증액을 약속했다.
또 현재 시간당 7.5파운드인 국민생활임금을 2020년까지 중위소득의 60%(9파운드 추정)로 인상하는 공약도 유지했다.
이외 노동자들이 교육 목적의 휴직과 가족 병간호 휴직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들을 보장하는 내용을 새로 담았다.
가장 큰 변화는 65세 이상 사회적 돌봄 서비스(social care·한국의 노인요양과 유사) 지원 축소다. 소득이 일정액 이하면 요양비 지원을 받는데 소득을 계산할 때 집값을 추가해 수급자가 대폭 줄어들게 된다.
하지만 정부는 더는 요양비를 본인 부담으로 내지 않아도 되는 시점에 이르는 자산 기준이 상향(2만5천파운드→10만파운드로)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제러미 헌트 보건장관은 '사망세'라는 노동당의 공격에 "평생에 걸쳐 모은 재산은 자신의 요양비로 쓰여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집을 포함해 재산을 10만파운드까지 자녀에게 물려줄 수 있도록 보호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유치원생 무상급식을 폐지하고 연금수급자 대상 겨울철 난방비 지원을 소득이 일정금액 이상은 제외하는 선택적 복지로 돌리기로 했다.
◇이민 제한 목표 유지·非EU 이민 고용 부담금 2배로
보수당은 지난 2015년 총선에서 약속한 순이민자수를 10만명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공약을 유지했다.
가장 최근 발표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영국의 순이민자수는 27만3천명을 기록했다. 세부적으로는 EU 출신이 16만5천명, 非(비) EU 출신이 16만4천명의 순유입을 각각 나타냈다.
공약은 비(非) EU 이민자를 고용하는 기업에 1인당 연간 1천파운드인 '이민기술부담금'을 2배로 올리는 내용을 새로 담았다.
현재 여론조사들은 이번 총선에서 메이가 이끄는 보수당이 압승을 거둘 것으로 예상한다.
◇브렉시트 협상 '노 딜' 배제 안해
공약은 "노 딜(No deal)이 나쁜 딜(Bad deal)보다 낫다고 믿고 있다"며 조건이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협상 자리를 박차고 나갈 수 있음을 재차 확인했다.
또 "EU를 떠나면서 더는 EU 단일시장이나 관세동맹의 회원국으로 있지 았을 것이며 대신 포괄적인 자유무역협정과 관세 협정 등을 통해 깊고 특별한 관계를 추구할 것"이라며 기존 입장을 확인했다.
jungwoo@yna.co.kr
(끝)
[연합뉴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