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19일(현지시간) 치러지는 제12대 이란 대통령 선거는 이란 국내뿐 아니라 국제적 관심도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서방의 제재로 고립됐던 이란이 2015년 7월 역사적인 핵협상 타결을 계기로 국제무대에 재등장한 뒤 처음 치러지는 대선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대선은 2013년 출범함 하산 로하니 정부가 '정치적 모험'을 걸고 성사한 핵협상에 대한 이란 민심의 판단을 받는 국민투표라고도 할 수 있다.
지난달 헌법수호위원회의 사전 후보자격 심사를 통과한 후보는 중도·개혁 성향 3명, 보수 성향 3명 등 모두 6명이었다.
이 가운데 주요 후보는 연임에 도전하는 로하니 대통령과 에샤크 자한기리 수석부통령(이상 중도·개혁파), 검찰총장 출신의 성직자 에브라힘 라이시, 모하마드 바게르 칼리바프 테헤란 시장(이상 보수파) 등 4명이 주요 후보로 꼽혔다.
모두 완주를 공언했지만 결국 15일 칼리바프 시장이, 이어 16일 자한기리 수석부통령이 후보를 사퇴하면서 로하니 대통령과 라이시의 양자 대결로 압축됐다.
보혁 진영의 1대1 대결이 된만큼 어느 쪽이 승리하든 결선투표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두 후보는 일단 핵합의안을 존중한다는 입장은 같다.
핵합의 자체가 이란의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승인 아래 진행된 터라 이를 '거역'할 수 없는 탓이다.
핵합의의 주역인 로하니 대통령은 연임하면 핵합의로 해제된 제재 이외에도 테러 지원, 인권, 탄도미사일 개발과 관련한 서방의 제재까지 없애겠다면서 한발 더 나아갔다.
이란 보수파는 핵협상에 비판적이었지만 라이시는 집권하면 국제적 약속인 핵합의안을 지키겠다고 공약했다.
다만 핵합의안을 지키는 것만으로는 이란의 고질적인 실업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서 로하니 정부에 공세를 펴고 있다.
로하니 정부는 국내총생산(GDP) 성장, 물가상승 완화, 교역량 증가 등 거시 경제 지표를 개선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실업률은 아직 낮추지 못했다.
이란의 청년층 실업률은 30%에 육박할 정도로 심각하다.
또 현 정부가 긴축 재정을 운용하면서 경제적 취약층에 대한 국가 보조금을 줄인 점을 부각해 서민층에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두 후보가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지점은 서방과의 관계다.
표면적으로 미국에 대해선 모두 적대적이지만, 로하니 대통령은 이란 경제가 되살아나려면 고립에서 벗어나 서방과 접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로하니 대통령은 13일 테헤란 유세에서 "이란이 또다시 고립되도록 해선 안 된다"며 "우리는 전 세계와 건설적이고 효과적인 상호작용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라이시는 15일과 16일 유세에서 "이란의 경제를 자신의 이익만 챙기는 외국인에게 맡겨서는 안된다"며 "다른 나라와 교류해야 하지만 이란의 자존과 명예를 지켜야 한다"고 호소했다.
라이시는 17일 유세에서도 로하니 정부의 친서방 정책을 '애원하는 외교'라면서 "적들로부터 현금을 털리게 될 것"이라고 깎아내렸다.
로하니 대통령이 연임에 성공한다면 이란은 미국과 어느정도 거리를 두겠지만, 유럽과 경제적으로 밀착하는 개방 드라이브를 한층 가속할 전망이다.
반대로 라이시가 정권 교체하게 되면 핵합의안을 지키는 한도 내에서 외국 기업의 이란 진출이나 투자는 한계선을 긋고 자립 경제를 강화하는 회귀 정책을 펼 공산이 크다.
두 후보는 인권 문제에서도 견해차가 크다.
로하니 대통령은 인터넷 사용 제한을 점차 줄여 표현의 자유를 확대하고 집회·결사의 자유와 여성 인권을 증진하는 기조인 반면, 라이시는 종교의 세속화를 비판하면서 서방식 인권 의식을 경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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