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뉴스) 이준서 특파원 = 미국 워싱턴발(發) 정치적 불확실성에 미 금융시장이 바짝 얼어붙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 해임 논란이 '트럼프 탄핵론'으로까지 번지자, 그동안 탄탄한 흐름을 이어왔던 증시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17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372.82포인트(1.78%) 하락한 20,606.93에 거래를 마쳤다.
다우 지수는 올해 들어 최대 하락 폭을 기록하며 지난 한 달간의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도 43.64포인트(1.82%) 내린 2,357.03에 마감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158.63포인트(2.57%) 낮은 6,011선으로 밀리며 6,000선을 위협받았다.
골드만삭스를 비롯해 금융주가 직격탄을 맞았다. 은행주로 구성된 S&P 은행 상장지수펀드(ETF)는 4.0% 가까이 주저앉았다.
불과 이틀 전 S&P 500과 나스닥 지수를 나란히 사상 최고치로 끌어올렸던 기대감은 싸늘하게 식었다. 이른바 '트럼프 랠리'를 뒷받침했던 대대적인 감세·규제완화 기조가 흐지부지될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렸다.
경제매체 마켓워치는 "뉴욕 증시의 모든 지수들로서는 올해 들어 최악의 날이었다"고 평가했다.
다우 지수와 S&P 500 지수는 기준금리 인상 우려에 급락했던 지난해 9월 이후로 8개월 만에, 나스닥 지수는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악재'에 휩싸였던 지난해 6월 이후로 11개월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최근 안정세를 보였던 일명 '공포지수'도 치솟았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에서 변동성지수(VIX)는 전 거래일보다 24% 가까이 급등한 13.16을 기록했다.
아직은 장기평균선(20.0)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지만, 트럼프 변수에 그만큼 투자자의 불안감이 증폭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국채로 자금이 몰리면서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2.2% 안팎 급락했다. 국채가격과 수익률과 반대로 움직인다.
달러화는 약세를 면치 못했다. 뉴욕 외환시장에서 오후 3시40분께 엔화는 달러당 111.07엔을 기록하면서 달러당 2엔 가량 낮아졌다.
마켓필드자산운영의 마이클 샤울 대표는 경제매체 CNBC에 "워싱턴 변수가 주도하는 장세"라며 "마치 지난 1998~1999년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모니카 르윈스키 성 추문 스캔들 탓에 시장이 출렁였던 상황과 유사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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