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교민사회 前한인회장 한인회관 건립기금 횡령의혹에 '시끌'

2017-05-18 0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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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회 "전 회장이 건립기금 60만 달러 유용"…전 회장 "사실무근"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페루 교민사회가 전임 한인회장의 한인회관 건립기금 유용 의혹으로 들끓고 있다.

17일 페루 한인회에 따르면 페루 교민들과 한인회는 2007년 숙원사업인 자체 한인회관과 한국학교를 건립하기 위해 십시일반 모은 기금 23만 달러에 재외동포재단이 지원한 5만 달러를 더해 28만 달러(약 3억1천만 원)를 주고 수도 리마 시내 중심 지역에 있는 상업용도 토지를 매입했다. 페루에 거주하는 한인 교민은 1천 명 정도로 주로 수도 리마에 모여 살고 있다.

이후 2013년부터 2016년까지 한인회장을 지낸 A씨가 2015년 4월에 부동산 가격 상승에 따른 시세차익을 얻고 더 나은 대지를 구매한다는 명목으로 보유하고 있던 대지를 138만 달러(약 15억4천만 원)에 매각했다.

A씨는 올해 1월 교민들에게 대지 매각 대금 138만 달러 중 70만 달러(약 7억8천만 원)를 2016년 새로운 대지 매입에 사용하고 매각 경비 8만 달러를 제외한 나머지 60만 달러(약 6억7천만 원)는 건축비용으로 은행에 보관 중이라고 재정보고를 했다.

그러나 올해 1월 새로 선출된 한인회장과 임원들이 업무 인수인계를 하는 과정에서 건설업체를 운영하는 A씨가 한인회관과 한국학교를 건립하기 위해 남겨둔 기금 60만 달러를 2015년에 무단으로 횡령해 사용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한인회는 주장했다.

한인회는 기존 대지를 매각하고 신규 대지를 매입하면서 한인회 임원들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데도 A씨가 임원들의 서명을 위조해 위임장을 작성하는 등 독단적으로 추진했다는 점도 밝혀냈다고 덧붙였다.

심지어 A씨가 올해 1월 치러진 한인회장 선거를 앞두고 교민들에게 한 재정보고마저 은행 잔고 증명을 위조했다는 게 한인회의 주장이다.

이에 따라 한인회는 주페루 한국 대사관의 협조 아래 지난 3월 페루 검찰에 A씨를 횡령 혐의로 고소했다. 현재 현지 경찰이 A씨와 전임 임원 등에 대한 조사를 마치고 검찰로 사건을 송치한 상태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건설 기금을 쓴 사실을 시인했지만, 법적으로 문제가 없고 횡령이 아니라는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인회는 A씨에게 변제를 요구했으나 A씨가 개인 사업 등에 사용해 상환할 수가 없으며 관행적으로 사용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고 전했다.

이권규 신임 한인회장은 "대다수 교민이 A씨의 파렴치한 행위와 고의 재산 은닉 등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면서 "모든 방법을 동원해 교민들의 소중한 꿈을 변상받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A씨는 진실성은 물론 상환 의사와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주페루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한인회는 A씨를 상대로 사용한 기금을 되돌려 받기 위해 법적인 노력을 하는 한편 새로 산 대지에 있는 건물을 개보수해 한인회관과 한글학교 등으로 활용할 방침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교민들의 꿈이 소중히 지켜질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는 A씨에게 최근 수차례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앞서 A씨는 지난 2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10년 전에 한인회관과 한글학교 건설을 위해 매입한 대지는 유흥가와 카지노 시설 등이 인접해 있다"면서 "이 때문에 한인회관 건립 허가가 나오지 않으리라고 판단해 이사회를 열어 다른 조용한 지역에 새 대지를 사기로 결정했다"고 해명했다.

또 "60만 달러를 개인적으로 사용했다는 주장은 사실무근"이라며 "십수년간 열심히 교민사회를 위해 봉사를 했는데 이런 무고를 받는 게 억울하다"고 반박했다.

penpia21@yna.co.kr

(끝)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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