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취임한 지 120일을 갓 넘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입지가 위태롭다. 러시아 내통설, 이스라엘 기밀 유출설 등 거듭된 논란으로 탄핵론이 불거진 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역사상 첫 탄핵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될까. 미국 워싱턴포스트(WP), 영국 일간 가디언 등 외신을 토대로 미국의 탄핵 과정을 정리했다.
◆ 탄핵 고유 권한은 하원에...트럼프 운명 달렸다
하원 법사위에서 탄핵에 대한 의견이 모아지면 하원 재적 의원의 동의를 통해 조사에 본격 착수한다. 이때 학원 내 의원 과반수가 동의해야 탄핵안이 발의될 수 있다. 하원에서 탄핵안이 발의되면 연방 대법원장 주도의 심리가 진행된다.
이후 표결을 통해 상원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탄핵이 가결된다. 그러나 지금까지 미국 내 탄핵안이 상원을 통과한 적은 없다. 앤드류 존슨 전 미국 대통령이나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도 하원에서 탄핵안을 발의했지만 상원의 반대로 대통령직을 유지했다.
미국 내 대통령 탄핵 사례가 별로 없는 만큼 탄핵 소송 절차가 얼마나 걸릴지는 알 수 없다. 사안의 경중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다만 클린턴 전 대통령의 경우 탄핵 절차가 약 3개월 만에 끝나면서 비교적 빨리 결론이 나온 사례로 통한다.
◆ 탄핵 가능성 사실상 전무..."인기 낮은 트럼프는 위험할 수도"
미 헌법에서는 ‘반역, 뇌물 수수 또는 기타 중범죄와 경범죄’의 경우 탄핵 절차를 통해 대통령 지위를 박탈할 수 있다고 명문화돼 있다. 해석에 따라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지금까지 탄핵 여론이 세 차례 불거졌지만 실제 탄핵된 사례는 없다. 사상 첫 탄핵 소추의 불명예를 안은 대통령은 앤드류 존슨 전 대통령이다.
존슨 전 대통령은 1868년 남북전쟁 후 상원의 동의 절차를 무시하고 전쟁담당장관을 해임한 것을 계기로 탄핵 소추됐다. 당시 탄핵안이 상원을 통과하지 못하면서 가까스로 대통령직을 유지했다. 1998년에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모니카 르윈스키와의 성 추문 스캔들과 관련해 거짓 증언을 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탄핵 소추됐으나 상원에서 발의안이 부결됐다.
이에 앞서 1974년에는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이른바 '워터게이트'로 통하는 도청 사건에 대한 개입 사실 위증 등으로 탄핵 위기에 몰렸다. 닉슨 대통령은 하원 내 탄핵안 표결 직전 대통령직을 스스로 내려놓았다.
현재 미 상·하원 모두 공화당이 다수당인 만큼 하원의 탄핵안 발의 가능성이 적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도가 낮은 만큼 내년 지방 선거를 의식한 공화당 의원들이 지지 노선을 이탈할 가능성이 나온다. 민주당 의석도 100석 중 48석을 차지하는 만큼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특히 대통령이 탄핵될 경우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대통령직을 승계할 예정인 가운데, 공화당 내에서는 펜스 리더십이 더 합리적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어 대통령 탄핵을 부추길 수 있다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