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차이나 박은주 기자 = 어깨 위에 사람을 올린 채 곡예를 선보이고, 천장 높이의 원 위에서 한 발로 균형을 잡고 아찔한 무용 동작을 이어나간다. 신체의 극한을 넘어서는 곡예에 사람들의 감탄어린 시선이 쏟아진다.
한때 서커스는 우리나라 서민들의 즐거움을 책임졌던 최고의 오락 콘텐츠였지만, 이제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점차 사라져가고 있다. 서커스를 실제로 본 적이 없는 젊은 세대들은 서커스를 그저 한때의 유행이나 구시대 유물로 치부하기도 한다.
이처럼 꾸준한 사랑받으며 초고도로 발달한 중국의 서커스가 '가정의 달' 5월 한국을 찾아 중국 기예의 진수를 선보였다.
50여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후난성 서커스예술극원은 지난 11일 서울 구로 아트밸리예술극장을 시작으로 13일 전라북도 군산 예술의전당, 14일 전라남도 무안 남도소리울림터에서 '다채로운 후난-중국서커스종합공연'을 펼쳤다.
11일 서울에서 펼쳐진 첫 공연에서는 '가정의 달'을 맞아 서커스 공연을 보기 위해 공연장을 찾은 어린이부터 백발이 성성한 어르신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관중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공연을 기다리는 관중들의 달뜬 수근거림 속에 첫 공연의 막이 올랐다. 공연은 10여명의 서커스 단원이 여러개의 밀짚모자를 박자에 맞춰 능숙하게 회전·전달하면서 동시에 각종 공중회전, 인간장벽 만들기 등의 고난도 묘기를 선보이는 '단체 밀짚모자 공연'으로 시작했다. 이어 중국의 전통 기예와 민간예술에 바탕을 둔 13개 서커스 공연과 민속공연이 이어졌다.
천장 높이에 설치된 공중의 원에서 펼치는 아찔한 공연 '공중전환', 금빛 공을 가지고 묘기를 부리는 '등구', 흔달리는 나무판자 위에서 머리 위에 그릇 올리기 동작을 선보이는 '황반교안' 등 다채로운 공연도 관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특히 '가장 아름다운 서커스이자, 가장 아슬아슬한 발레'라는 평을 듣는 '어깨 위의 발레'는 서커스와 발레를 결합한 작품으로, 남자단원의 어깨 위에서 여자단원이 한 발로 서서 펼치는 아라베스크 동작이 백미로 꼽힌다.
서커스 단원들이 고난도의 동작을 펼칠 때마다 관중들은 숨을 참으며 몰입하다가, 동작을 성공하면 감탄을 터트리며 박수갈채를 보냈다. 신체능력을 극한까지 끌어올린 동작을 선보이거나 공중에서 아찔한 곡예를 해낼때마다 손에 땀을 쥐고 보던 사람들은 안도하며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했다.
양손으로 빠르게 접시 여러개를 돌리는 동시에 고난도 발레 동작을 선보이는 '발레 접시돌리기'와 예술성이 뛰어난 공중곡예인 '공중주조'도 아름다운 자태로 관객들이 탄성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신체를 이용한 묘기공연 외에 민속악 피리독주, 발성기관을 이용한 자연의 소리 성대모사, 중국민요 독창 등의 무대도 있었다. 배우들은 공연 중간중간 관중에게 한국어로 인사를 건네거나 한국 민요인 '도라지타령'을 불러 관객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공연이 진행된 90분 내내 관객들은 웃음을 터트리거나 흘러나오는 배경음 박자에 맞춰 박수를 치며 자유롭게 공연을 즐겼다.
이번 공연은 중화인민공화국, 후난성인민정부의 주최로 한국의 구로문화재단, 군산시, 전라남도가 함께하며 후난성문화청, 주한중국문화원, 주광주중국총영사관 주관에 주한중국대사관 후원으로 이뤄졌다. 준비단계부터 최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로 경색된 한중 문화교류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를 받았던 공연이기도 하다.
성황리에 내한 공연을 마친 후난성 서커스예술극원은 1959년 창립된 이래 중국의 민간전통예술에 예술적 실험을 가미한 기예 작품들을 여러차례 무대에 올린 전통있는 예술극단이다. 최근 작품으로는 '부용국에서'(芙蓉國里), '시공여행'(時空之旅), '꿈의 여행'(夢之旅) 등이 있다.
대규모 창작 서커스극인 '꿈의 여행'은 지난해 8~12월 북미 지역 73개 도시에서 102회 순회공연을 하며 20여만 명의 관객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