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생산량 증가세는 '먹구름'…감산효과 제한할수도
(모스크바·뉴욕·서울=연합뉴스) 유철종 김화영 특파원 이 율 기자 = 주요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올해 초부터 시행해온 주요 산유국의 감산을 내년까지 연장하기로 15일(현지시간) 합의하면서 국제유가가 상승의 '훈풍'을 타고 있다.
이 같은 합의에 국제유가는 3%가 넘는 상승을 기록했다.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6월 인도분은 15일 개장에 앞선 장외거래에서 장중 한때 3.5% 오른 배럴당 49.50달러까지 치솟으며 배럴당 '50달러' 선에 다가섰다.
런던 ICE 선물시장의 6월 인도분 브렌트유도 3.2% 오른 배럴당 52.45달러의 장중가를 기록했다.
이후 다소 오름폭을 좁혀 이날 오전 10시 50분(미국 동부시간 기준) 현재 WTI는 배럴당 2.63% 오른 배럴당 49.10달러를, 브렌트유는 2.38% 높아진 52.05달러의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사우디와 러시아의 합의는 오는 6월로 끝나는 주요 산유국의 감산합의를 내년 3월까지 9개월 연장하는 것이다.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국제협력 정상포럼에 참석한 알렉산드르 노박 러시아 에너지부 장관과 칼리드 알팔리흐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장관은 이날 별도의 회담을 열고 이같이 합의했다고 리아노보스티 통신과 파이낸셜타임스(FT), 블룸버그 등이 전했다.
두 장관은 회담 뒤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시장 안정화 노력이란 주요 목표 달성을 위해 주요 산유국들의 자발적 행동(감산)을 9개월 더 연장할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했다"고 밝혔다.
이어 "양국은 오는 24∼25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리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非)OPEC 산유국 장관급회의에서 다른 산유국들에 이 같은 입장을 전달하기로 했다"고 소개했다. 산유국들이 감산합의를 9개월 연장할지는 이때 최종결정된다.
두 장관은 내년 3월까지 감산연장 시에도 지난해 말 감산 합의 때와 똑같이 하루 180만 배럴 감산을 다른 산유국들에 권고하기로 했다.
OPEC은 지난해 11월 말 산유량을 올해 상반기 하루 120만 배럴 줄이기로 합의했고, 뒤이어 러시아를 포함한 11개 비OPEC 산유국들도 지난해 12월 중순 산유량을 하루 55만8천 배럴을 감산하기로 했다.
이들은 무슨 일이 있어도 글로벌 석유 재고를 최근 5년간 평균수준으로 감축해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며 글로벌 석유시장을 안정시키고, 변동성을 줄여 장기적으로 수요와 공급을 맞추기 위한 양국의 헌신을 강조했다.
노박 러시아 에너지부 장관은 블룸버그에 "사전협의 결과, 감산에 참여한 24개국 모두가 (감산 합의 연장에) 헌신적인 상황"이라며 "특정국이 빠질만한 사유가 없다"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이날 주요 산유국들의 감산 합의 연장 전망을 낙관했다.
푸틴 대통령은 일대일로 포럼 참석 일정을 마무리하는 기자회견에서 "감산 합의 연장 전망이 좋다고 본다"면서 "이 문제와 관련 우리의 핵심 파트너인 사우디가 모든 합의를 전적으로 이행하고 있다는 것이 일정한 낙관주의를 품게 한다"고 밝혔다. 푸틴은 또 "최근 러시아의 대형 석유기업 대표들과 비공개로 만났다"면서 "그들도 모두 감산 합의 연장을 지지했다"고 소개했다.
골드만삭스 등 투자분석가들은 글로벌 석유시장이 재조정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고, 국제에너지기구(IEA)는 OPEC 등 24개 산유국이 올해 하반기까지 감산을 연장한다면 수요가 상당한 수준으로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흐름이라면 올해 말에는 국제시장의 공급과잉이 해소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위험'도 도사리고 있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기본적으로 이번 합의는 내년 1분기 세계 석유 수요가 '바닥'을 칠 것이라는 예측을 전제한 것이라는 한 분석을 전했다.
어느 산유국이라도 생산량을 확대한다면 공급과잉은 지속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의미다.
산유국들에게 감산에 동참하지 않는 미국의 셰일오일, 캐나다의 오일샌드 생산기업의 생산량 통제가 절실한 이유가 이 때문이다.
미국의 원유재고 및 가동 채굴장비 수는 지난 몇 달간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OPEC도 이 때문에 최근 비회원 산유국의 올해 생산량이 작년보다 무려 60%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지난 1월부터 시행된 산유국들의 감산 효과를 반감시킨 것으로 지목된 북미 대륙의 생산량 증가가 여전히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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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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