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교육 개혁은 신선한 주제가 아니다. 전국의 많은 성(省)·시(市)·구(區)·현(縣)의 학교들을 대상으로 이미 다양한 방법과 수단이 적용됐으며, 교육 개혁은 적극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개혁의 성과는 성공적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오히려 방향을 잃은 것처럼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국민들의 혼란과 걱정을 초래하고 있다.
지난 3월 중국 관영매체인 신화망(新華網)이 실시한 국민의 관심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교육의 공정성’은 25개 분야 중 5위를 차지했을 정도로 교육 문제는 중국인들의 뜨거운 관심사다.
이번 교육청서는 2016년 11월부터 12월까지 초·중·고등학생 학부모를 대상으로 실시한 학교 교육만족도 설문조사를 활용했으며, 학부모가 바라보는 교육 현황을 보여주고 있다.
조사 대상의 학부모는 총 1만3561명이고 그들의 자녀가 취학한 학교는 전국 31개 성(省)·시(市)에 분포돼 있다. 학부모들은 중국의 초·중·고 교육이 학부모에 의해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고, 절반 이상의 학부모는 자녀가 현재 다니고 있는 학교가 시험 점수만 중시하는 주입식 교육을 과하게 시킨다는 불만을 호소했다.
학교교육 조사에 참여한 학부모의 약 70%는 ‘전인교육(素質敎育)의 도입’이 가장 시급하다고 응답했다. 전인교육이란 인간의 신체적 성장, 지적 성장, 정서적 발달, 사회성의 발달을 조화시킴으로써 균형 잡힌 전일체(全一體)로서의 인간을 육성하려는 교육이념을 말한다.
재미있는 한 가지 사실은 학부모들이 생각하는 시험점수 지상주의와 과도한 입시교육이 시행되는 주원인이 △단편적 진학 평가 시스템 △학교 진학률 추구 △지방정부 교육실적 추구 △시험점수만 강조하는 학부모 △사교육 기구의 부채질로 요약된다는 것이다.
중국 교육 문제를 둘러싼 사회적 논쟁은 주로 시험점수 지상주의를 핵심으로 삼는 주입식 교육에 대한 비판, 그리고 전인교육의 우수성을 표방해야 한다는 논의로 귀착된다.
이는 겉으로는 ‘잘못된’ 입시교육과 ‘올바른’ 전인교육 간의 대립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교육이념의 전환을 통해 교육 공정성의 개선을 기대한 것으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중국 교육 공정성 문제 해결의 단초가 과연 평가 방식에만 있는 것일까? 다시 말해 전인교육은 과연 중국 교육의 불평등 현황을 개선할 수 있는 해법인가? 유감스럽게도 이에 대해 긍정적인 답을 하기는 힘든 것이 현실이다.
전인교육을 실행할 경우, 오히려 중국 교육 불평등의 상태를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 동안 중국에서 전인교육과 함께 이른바 감부(減負·과한 부담을 줄인다)를 표방하는 교육개혁이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저장성(浙江省) 일부 고등학교는 단편적 시험평가를 폐지하고 다차원적인 ‘전인교육 평가 시스템’을 시행하고 있지만, 부정적인 평가가 많다.
단 한 번의 수능시험이 여러 번에 걸친 시험으로 분산되는데, 이는 학생의 스트레스를 덜어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학생들을 고등학교 1학년부터 대학진학 준비 상태로 몰아넣게 된다.
또한 시험점수 외에 교외활동, 사회실천, 각종 수상, 특기 성취 등이 모두 종합 평가에 포함되기 때문에 학교 결석이 잦아지고 사교육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진다.
이로 인해 소홀한 학교 수업을 다시 사교육에 의지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결국 학생은 물론 가정의 부담도 크게 증가하고 학교 입장에서도 학생 관리가 더욱 어려워지게 된다.
1980년대 일본사회에서 주입식 교육의 폐단에 대한 많은 비난과 지적이 제기되자, 일본 교육계는 학생들의 과도한 학업부담을 지양하고 청소년 발전의 특성을 존중하는 ‘유토리 교육’ 방침을 추진했다.
일본의 전인교육을 지향한 교육이념은 오히려 지식기반 미흡, 학습력 저하, 학문의욕 부진 등 문제를 안은 유토리 세대를 양성했고 가정의 경제적 부담을 악화시켰다.
일본 교육계는 유토리 교육에 대한 반성을 시작했고 2016년 5월 문부과학성(文部科學省)이 ‘탈(脫)유토리’를 공식 선언했다. 이렇게 일본의 교육 이념은 ‘올바른 길’로 돌아가는 데만 20년 가까이 허비했다.
비록 중국과 일본은 정치·경제 체제가 다르지만 사회 환경과 문화 배경에 유사성이 많아 일본의 경험을 거울로 삼아 중국 교육 개혁을 추진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중국 교육의 공정성은 교육 이념의 전환에 의해서만 이뤄질 수는 없다. 오늘날 중국 교육의 공정성 문제 해결의 단초가 주입식 교육과 전인교육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다.
치열한 사회경쟁, 제한된 양질의 교육자원, 높은 수준의 고등교육 기관에 의해 인재가 양성되는 풍토가 변하지 않는 이상 교육계에 잠재되는 ‘제로섬 게임’의 규칙이 깨지지 않을 것이다.
개개인의 차원에서 보자면, 교육이란 전쟁터의 ‘승부’와 ‘성패’를 피할 수 없는 결과이므로 교육의 불평등 해소는 애초에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교육 공정성을 전혀 개선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다행히 중국 사회주의 체제에서 공교육은 주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국가에 의해 좋은 교육 자원과 지원을 확보할 수 있다.
국가가 교육에 대한 투자를 더욱 확대해 전반적 교육의 질을 향상시키는 한편, 교육 자원을 정부의 조정에 의해 더욱 공평∙공정한 방향으로 분배하면 된다. 정답은 나와 있다. 다만 일관된 정책을 수립하고, 실행을 얼마나 하느냐에 따라 중국 교육의 미래가 달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