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정재호 “문재인 정부 출범 원동력 촛불민심…먹고살게 해달라는 국민저항 운동”

2017-05-14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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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인터뷰

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 본지와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의 출범 원동력은 촛불민심”이라며 “먹고살게 해달라는 국민저항 운동”이라고 밝혔다. [사진=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아주경제 최신형·김혜란 기자 =숨가빴던 6개월이 지났다. 지난해 12월 9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가결과 지난 3월 10일 헌법재판소의 박 전 대통령 파면 결정, 그리고 5·9 장미 대선. 결과는 문재인 대통령의 압승(득표율 41.1%)으로, 제3기 민주정부가 탄생하게 됐다. 코끝을 에는 긴 겨울을 끝내고 지친 국민들은 봄 햇살 속으로 걸어 들어가게 됐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출범은 끝이 아닌 시작이다. 87년 체제의 유산물인 영·호남 지역주의 극복은 물론, 97년 체제 이후 20년간 한국 경제를 지배한 ‘포스트 신자유주의’의 새판 짜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대선 선거운동 기간 국민의 아픔과 사회의 그늘을 목도한 집권당 의원의 고뇌와 미래 청사진이 궁금했다. 그래서 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초선·경기 고양을)을 찾았다. 지난 10일 새벽 5시 57분께 투표권을 행사한 3280만7908명의 개표가 완료된 지 불과 하루 만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인 정 의원은 문재인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국민참여본부 수석부본부장을 지냈다.

정 의원은 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가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대통령 승리의 원동력이 된 촛불 민심에 대해 “본질은 먹고살게 해달라는 국민적 저항운동”이라고 잘라 말했다.

실제 그랬다. 87년 6월 항쟁 이후 정치적 민주화와 경제적 민주화의 흐름은 달랐다. 정치적 민주화는 정상 궤도에 올랐지만, 승자독식 경제구도는 여전히 한국 사회의 그늘이다. 정 의원은 1대99의 사회로 전락한 이유에 대해 “재벌·대기업의 경제력 집중, 즉 부의 편중 때문”이라며 “촛불민심은 경제민주화를 요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새 정부의 뉴딜 정책을 비롯해 복지 및 증세 여부, 재벌 개혁, 금리 인상에 따른 가계부채 문제,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등 외교 현안 등에 관해 거침없이 얘기했다.

다음은 정 의원과의 일문일답.
-탄핵 정국이 촛불 혁명을 거쳐 문재인 정부 출범으로 마무리됐다. 민심은 ‘적폐 청산’과 ‘정권교체’를 택했다는 분석이 많다. 동의하나.
“적폐 청산이 촛불 민심의 본질인가. 그 기저에는 ‘먹고살게 해달라’는 요구가 있었다. 그만큼 삶이 어렵지 않나. 우리나라 월급쟁이가 1700만명이다. 자영업자는 600만명, 농민은 230만명이다. 이 중 월 소득 200만원 이하가 과반이다. 실업 위기에 처한 청년들은 얼마나 힘든가. 700만명에 달하는 65세 이상 인구의 절반 이상이 노인 빈곤에 시달린다.”

-그 안에는 부역자 처벌 등 적폐 청산도 있지 않나.
“정권교체를 원하는 민심의 본질은 ‘진짜 삶이 고통스럽다’는 것이다. 그 도화선은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이었다. 헌정 사상 초유의 국정농단을 한 최순실·정유라씨가 얼마나 많은 국민들의 희망을 꺾었나.”

◆“낙수경제 의존한 韓 경제 방향 확 틀어야”
 

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낙수경제에 의존했던 대한민국 경제방향을 확 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문 대통령의 업무지시 1호는 ‘일자리위원회’였다. 긍정적인 시그널이라고 보나.
“민생을 요구한 민심에 호응한 것이다.

-문 대통령의 경제 공약은 어떻게 평가하나.
 "문 대통령의 후보 시절 경제 공약은 한쪽으로는 소득을 높여주고 다른 한쪽으로는 비용을 낮추는 게 양대 축이다. 대표적인 소득 증대는 일자리 창출과 도시재생 뉴딜 등이다. 비용 절감은 예컨대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예산 편성과 기초노령연금, 아동과 청년 수당 등을 국가의 역할, 즉 국가 예산정책으로 해결해 (국민들의 지출) 비용을 낮추는 것이다."

-문 대통령의 경제정책 중 가장 뜨거운 감자는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 창출이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공공부문이 차지하는 일자리 비중이 낮은 것은 사실이다. 그런 데이터를 떠나 경찰관이나 소방관, 사회복지서비스 등 대민 업무를 보는 공공부문의 인력이 너무 부족하다. 국가가 나서야 한다.”

-최근 몇 년간 경제위기는 순환적 위기가 아닌 ‘구조적 위기’다.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인가.
“복합적인 문제다. 자본도, 노동도, 국경도 글로벌화됐다. 다만 내부적으로 보면, ‘부의 편중’이 문제다. 즉, 재벌·대기업 편중이 문제라는 얘기다. 일감 몰아주기다 대표적이다. 이것을 공정한 시장에서 경쟁하게 하면, 140조원의 생산유발 효과가 있다. 고용은 220만개를 창출한다는 분석도 있다. 국가가 나서서 부의 편중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낙수경제에 의존했던 대한민국 경제방향을 확 틀어야 한다.”

◆“투자보다 소비가 문제··· 공정위 기능 강화 필요”

-재벌·대기업 사내 유보금도 문제다. 기업은 이자율보다 예상투자수익률이 높으면 투자한다. 결국 투자를 안 하는 이유는 예상투자수익률이 낮거나, 높더라고 각종 규제 때문에 예상투자수익률을 온전히 담보하지 못하는 경우다.
“재벌 개혁은 재벌·대기업을 없애자는 게 아니다. 대기업은 대기업답게, 중소기업은 중소기업답게 하자는 것이다. 지금 한국 경제에 투자가 부족한가, 소비가 부족한가. 경제라는 것은 맹자가 말한 ‘경세제민’의 줄임말이다. 즉, ‘세상과 나라를 다스리고 백성을 구제한다’가 핵심이다. 그 안에는 민생이 녹아 있다. 지금은 소비 부족으로 경기가 위축된 상황이다. 신용불량자가 300만명을 넘어섰다. 가계부채는 1300조원에 달한다. 고통스러운 것은 다중 채무자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소비활성화를 꾀해야 한다. 그래야 대기업도 산다.”

-규제 완화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생각인가.
“규제개혁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민원성 규제개혁이다. 다른 하나는 구조적 규제개혁이다. 규제개혁이란 말 자체가 시장에 맡기자는 거다. 좋은 말은 아니다. 쪼개서 봐야 한다. 생활성 규제는 푸는 쪽으로 해야 하지만, 구조적 규제는 국가가 개입하는 게 맞다. 국무총리실에 있는 규제개혁위원회를 상징적으로만 둘 것이 아니라, 구조적 규제를 다루는 공정거래위원회 역할을 강화, 경제력 집중 완화를 꾀해야 한다.”

-소득주도 성장이란 당위에는 공감한다. 문제는 방법론이다.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이다. 공정 거래 등 제대로 시장 경쟁을 하면 된다. 그러면 연쇄효과를 일으킨다. 일자리 창출과 서민 경제에 도움이 된다. 국가가 공정 거래 질서를 만들면, 민간 활성화를 통해 물이 흘러가게 돼 있다.”

-제3기 민주정부 출범으로 복지 증대에 대한 기대감이 있다. 유럽식 사민주의인 보편적 복지로 가기 위해선 증세에 따른 조세 저항의 파고를 넘어야 한다.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 ‘보편적 복지’라는 말을 썼나. 안 썼다. (그 전에) 정교한 과세 시스템의 정립 등이 필요하다. 어떤 부분에서는 못사는 사람들에게 더 많은 복지 혜택을 줘야 한다. 많이 세금을 낸 사람들이 돌려받는 과세 제도도 필요하다. (이른바) 합리적 복지다.”

◆“법인세 과표 500억 이상부터··· 공공개혁 최대 난제”
 

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박근혜 정부에선 공공부문 개혁을 거칠게 다뤘다. 난폭 운전이 되다 보니 저항이 심했다. 정부는 ‘왜 말을 듣지 않느냐’며 팔을 비틀었다. 성과연봉제가 그래서 나온 게 아니냐”라고 말했다. [사진=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합리적 복지를 당 차원에서 공식적인 어젠다로 설정할 가능성은 없나.
“당론하고는 다르다. 점진적으로는 1/n 복지로 가는 게 맞다. 그 전에 복지의 우선순위에 대해 ‘정성적 평가’를 하자는 것이다. 정량적 평가에 의존한 복지가 아닌 디테일한 분석을 통해 사각지대에 있는 분들을 먼저 돌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법인세 인상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하나.
“(우리 당과 문 대통령은) 과표 500억원 초과 법인세 최고세율을 3%포인트(22%→25%) 올리자고 했다. 급여소득자 최고세율(3억원 이상)은 38%다. 그것을 건드리기 전에 과표 500억원 초과 법인세를 대상으로 하자는 것이다. 법인세 인상 얘기만 하면, 투자 분위기가 위축된다고 하는데 뜯어보면 아니다.”

-공무원연금 등 공공부문의 개혁과 공기업 통폐합과 민영화 문제도 난제다.
“심각한 문제다. 박근혜 정부에선 거칠게 다뤘다. 난폭 운전이 되다 보니 저항이 심했다. 정부는 ‘왜 말을 듣지 않느냐’며 팔을 비틀었다. 성과연봉제가 그래서 나온 게 아니냐. 공공부문 개혁의 핵심은 인력과 인건비다. 연금은 많이 내고 적게 받는 구조다. 이 정부의 가장 큰 과제 중 하나가 될 것이다. 공기업 통폐합 문제는 팔아먹자는 식은 안 된다. 기업공개(IPO)가 핵심이다. 민영화는 한국전력공사와 KT 등과 같이 국민주 형식의 국민 기업 방식이 좋다. 투명한 기업 공개를 통해 특정 자본에 팔아넘기는 식이 아닌, 투명한 경쟁과 임금 재조정 등을 하면 대화가 될 것이다.”

◆“사드 의아한 부분 많다··· 현 정부에서 규명해야”

-대외적인 관계도 산적하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한국에 미치는 여파도 크다.
“(금리 인상의) 큰 기조는 우리 의지와 상관없이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동조 현상이 있을 것이다. 급격한 인상보다는 점진적으로 가는 게 당연하다.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서민경제에 대한 대안을 신속히 추진해야 한다."

-사드 문제는 문재인 정부의 선순위 해결 과제다.
“사드는 참 의아스럽다. 올해 초 (사드 방중단을 통해)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 등을 만나고 왔다. 쉽게 말하면 중국의 주장은 ‘한·중 수교 25년이 됐는데, 그간 중국이 한국에 잘못한 것이 뭐냐’는 것이다. 중국 경제가 성장하면서 한국 경제도 덕을 보지 않았느냐는 말이다. 실제 대 중국 수출 의존도가 40%가량 된다. 또한 사드의 무기적 효용성에 대한 문제제기도 있었다. 사드의 방어체계 유용성은 한 번 규명해야 할 문제다. 정치논리화 접근은 안 된다.”

-한·미 FTA 재협상 등도 난제다. 참여정부 때 FTA를 추진해 현 정부도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않다.
“한·미 FTA는 이명박 정부 때 비준됐다. 한 3주 전 주미대사를 지낸 한덕수 전 국무총리를 만났다. (이명박 정부 초기) 쇠고기 수입 재개 파동 때 한·미 FTA를 위해 미 상원의원들을 만난 얘기를 해주더라. 한·미 FTA 재협상 문제가 나오면 ‘전면 폐기냐, 존속이냐’로 이분화하는데, 그렇지 않다.”

-독소조항인 투자자 국가제소권(ISD) 등을 바꾸는 식의 재협상은 안 되나. 미국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라고 보나.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면 폐기냐, 존속이냐’를 얘기한 것 같지는 않다. 양국 FTA 협정문에서 트럼프가 건드리고 싶은 게 있을 것이다. 통상과 관련된 것이 아니겠나.”
 

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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