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정부 기준 마련 전에 업체 홍보 문구만 믿으면 안돼"
(서울=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 피부에 유해한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면서 이를 차단하거나 씻어내는 데 도움이 된다는 뷰티 제품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12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이 정부기관은 화장품 허위·과대광고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먼지 차단' 등 미세먼지 관련 표현에 대해 실증 자료를 업체 측에 요청해 검토 중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업체들이 자체적으로 제품을 점검하고 실증에 필요한 사항을 갖추도록 해 소비자들이 오인할 수 있는 표시·광고 등을 제한하려는 조치"라며 "표시·광고 모니터링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허위·과대광고를 하면 '화장품법'에 따라 '해당 품목 광고업무정지' 또는 '해당 품목 판매업무정지'의 행정처분을 받을 수 있다.
화장품 업계가 미세먼지와 관련해 내놓는 제품은 얼굴에 사용하는 클렌징, 스킨케어, 자외선차단제부터 헤어케어, 보디 제품 등 다양하다.
단순히 미세먼지를 막아주는 '안티폴루션', 혹은 씻어주는 '딥클렌징' 효과가 있다고 광고하는 경우도 있지만,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실제 적용한 미세먼지 관련 기술을 언급하며 홍보하는 경우도 많다.
제품 제형에 '연잎 효과 기술'을 적용해 피부 표면에 무수한 돌기를 형성, 미세먼지가 피부에 흡착되는 것을 막아준다거나 미세먼지가 음전하를 띠는 것에 착안해 음전하끼리 반사하는 자석 반사 원리를 활용한 '더스트 블록' 기술을 제품에 접목했다고 광고하는 것이 그 예다.
화장품업체 관계자는 "특정 기능의 제품은 개발 단계에서부터 여러 실험과 테스팅을 거쳐 그 효능을 검증하고 있다"며 "사람을 대상으로 한 실험은 하지 않지만 효과가 있는지 자체적으로 철저한 검증 과정을 거친다"고 전했다.
헤어제품 브랜드들도 먼지 속 유해물 제거에 탁월해 황사, 미세먼지 등의 노폐물 제거가 가능하며, 먼지 노폐물로 유발된 비듬균이나 두피 냄새 제거에 도움을 준다는 문구로 소비자들을 유혹한다.
그러나 정확한 기준이나 규제가 없다 보니 과학적 근거 없이 '미세먼지 철벽 수비', '미세먼지 철벽 방어' 등 과장된 문구를 사용한 광고가 잇따르고 있다. 이에 따라 미세먼지 차단 화장품의 인기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헬스앤뷰티스토어 올리브영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3월 14일까지 황사·미세먼지 관련 상품의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약 40%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제대로 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 전까지 업체들이 홍보하는 문구만 믿고 미세먼지 관리에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김주덕 성신여대 뷰티산업학과 교수는 "제품을 사람에 적용했을 때 실제 미세먼지 차단 혹은 클렌징 효과가 있는지 과학적으로 입증하기 어려운 것으로 아는데, 업체들이 근거를 갖고 광고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며 "정부는 여러 미세먼지 관련 제품들을 모니터링하고 제대로 된 기준을 제시해 소비자들이 제품을 고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미세먼지 관련 홍보 문구들만 믿고 미세먼지 차단이나 세안을 대충하면 피부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소비자 스스로 철저히 관리해야 미세먼지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승신 건국대 소비자정보학 교수도 "소비자들이 화장품의 기능을 정확히 알고 구매할 수 있어야 하는데 지금 미세먼지 관련 제품들은 소비자들이 기능을 오인할 가능성이 크다"며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때까지 업체들이 홍보하는 미세먼지 관련 기능만을 제품 선택의 기준으로 삼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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