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 그림자 옛말'…폭행·욕설·성희롱에 시달리는 교사들

2017-05-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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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적 충격에 심리치료…"학생·교사·학부모 존경 풍토"

(홍성=연합뉴스) 한종구 기자 = 지난해 4월 26일 오후 충남의 한 고등학교 교실에서 학생이 여교사의 뺨을 때리는 사건이 있었다.

교사가 학생의 수업 태도를 지적하자, 학생이 욕설과 함께 교사를 폭행한 것이다.

학생은 교사의 얼굴을 향해 교과서를 던지기도 했다.

교사는 폭행으로 인중이 찢어지는 상처를 입었다.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은 교사는 한동안 교단에 서지 못한 채 심리치료를 받았고, 결국 다른 학교로 자리를 옮겼다.

학생 아버지로부터 귀에 담기 어려운 욕설을 듣고 병원 치료를 받은 교사도 있다.

교사에게 방과후 학습 중인 자녀를 데리러 가겠다고 통보했음에도 학생에게 미리 이야기하지 않아 아이의 수업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는 게 폭언의 이유였다.

학생 아버지는 이날 두 차례에 걸쳐 담임교사에게 전화해 '죽여버리겠다. 가만두지 않겠다'며 욕설과 폭언을 했다.

스승의 그림자도 밟아서는 안 된다던 말과 비교하면 달라도 너무 달라진 교실의 풍경이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윤관석 의원은 지난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교권 침해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3년부터 3년간 전국 초·중·고등학교에서 발생한 교권 침해 사례는 1만3천29건에 달한다고 밝혔다.

연도별로는 2013년 5천562건, 2014년 4천9건, 지난해 3천458건이다.

유형별로는 '폭언·욕설'이 8천415건(64.6%)으로 가장 많았고 수업진행방해 2천563건(19.7%), 교사 성희롱 249건(1.9%), 폭행 240건(1.8%) 등의 순이었다.

학부모에 의한 교권 침해도 244건(1.9%)에 달했다.

최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가 공개한 '2016년 교권 회복 및 교직 상담 결과 보고서'도 교권 침해가 심각하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교총에 접수된 교권 침해 상담 사례는 전년보다 증가한 527건이었다.

교총은 "교권 침해 상담 건수는 2009년 이후 7년 연속 증가했고 증가 폭도 점점 커지고 있다"며 "10년 전(179건)과 비교하면 3배나 늘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공식적으로 집계되지 않은 사례까지 포함하면 교권 침해 사례는 2∼3배 이상 늘어날 것이라는 게 교육계 안팎의 중론이다.

피해 교사들은 대부분 육체적·정신적 충격을 받아 병가를 내는 등 한동안 교단에 서지 못했다.

심리치료를 받는 교사도 적지 않다.

교사들은 스승으로서의 권위와 자존감을 상실해 교직 자체에 환멸을 느끼고 학생지도에 소극적으로 임하게 됐다고 하소연한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전국 대부분 시·도교육청은 교권 침해에 대처하고 교사들의 치유를 위한 대대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교권보호지원센터나 교권치유지원센터를 운영하거나 심리상담 및 심리치료 프로그램을 통해 상처받은 교권을 달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학생과 학부모, 교사가 서로 존경하는 교육 풍토를 조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정성경 대전대 교수는 "대부분의 교사와 학생이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분위기 속에서 한두 건의 교권 침해 사례가 마치 전체인 것처럼 보이는 것이 안타깝다"며 "교사는 학생의 입장에서, 학생은 교사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행동하면 불미스러운 사례가 많이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jkhan@yna.co.kr

(끝)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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