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소년 어머니 "당일 학교에서 어떤 통보도 없었다" 분통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김종우 특파원 = 미국 오하이오 주 신시내티에서 8세 초등학생이 친구들로부터 왕따 폭력을 당해 자살한 사건을 놓고 파문이 일고 있다.
11일(현지시간) 신시내티 인콰이어러 등에 따르면 A군은 지난 1월 26일 학교 수업을 마치고 돌아와 집 화장실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A군이 다녔던 카슨 초등학교에서는 A군의 자살이 왕따 폭력에 따른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게 돌았다.
이 소문을 접하고 A군의 자살을 내사한 신시내티 경찰국의 베테랑 형사인 에릭 카라걸레프는 학교 내 감시카메라를 확인하던 중 A군이 자살하기 이틀 전인 1월 24일 학교 화장실에서 왕따 폭력사건이 일어났음을 직감했다.
당시 감시카메라에는 붉은색과 회색이 섞인 코트를 입은 몸집이 큰 소년이 화장실에 들어간 뒤 얼마되지 않아 아이들이 화장실 밖으로 허겁지겁 도망쳐 나오는 장면이 녹화돼있었던 것.
이에 카라걸레프 형사는 이 학교 학생들을 상대로 탐문조사를 벌인 결과 코트를 입은 소년이 당시 화장실에 있던 학생들에게 A군을 데려오라고 지시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화장실로 불려온 A군은 집단 구타를 당해 기절했으며, 학생들의 제보를 받은 제프 매킨지 교감이 A군을 양호실로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카라걸레프 형사는 조사한 사건 개요를 이메일을 통해 카슨 초등학교 루서니아 잭슨 교장과 매킨지 교감, 신시내티 교육청 관계자들에게 보내면서 코트를 입은 학생의 신원을 알려달라고 요구했다.
문제는 이 같은 학교 내 왕따 폭력사건이 있었는데도 학교 측이 이를 감췄다는 것이다. 학교 측은 연방 프라이버시법을 내세워 감시카메라 녹화장면 공개를 거부했으며, 나중에는 폭력 상황에 대해서도 공개하기를 꺼렸다고 신문은 전했다.
하지만 학교 측이 사건 당일 A군의 가정에도 폭력사건을 알리지 않았다는 사실에 학부모들은 비판을 쏟아냈다. 학부모들은 학교 측이 왕따 폭력사건이 발생했다는 구설에 휘말리는 것을 꺼려 감췄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신시내티 교육청은 지난 1월 학군 내 공립학교에서 왕따 사건이 해마다 줄고 있다고 발표했다.
A군의 어머니는 "1월 24일 당시 아이가 배가 아프다고 해서 병원에 데려갔더니 장염 증세로 보인다는 소견을 듣고 다음날 퇴원했다"면서 "그런데 아들이 학교에 다녀온 뒤 아무런 이유 없이 자살했다"고 눈물을 흘렸다.
그녀의 변호인은 "학교 측에서 당시 A군에 일어났던 상황을 A군 어머니에게 알렸다면 즉시 병원에 입원시키고 경찰에 신고했을 것"이라며 "A군이 집단 구타를 당해 오랜 시간 기절했는데도 이를 쉬쉬한 학교 측 대응이 안이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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